사실은 로맨스를 잘 못 보지만 강추 감상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내 애인은 DNA (작가: 장민, 작품정보)
리뷰어: 이유이, 23년 1월, 조회 69

먼저 고백한다. 나는 말랑말랑한 로맨스와는 거리가 멀다. 매일 기억을 잃는 소녀의 사랑과 같은 ‘시한부’가 들어가 있다면 더더욱 항마력이 떨어진다. 찌질한 연애담도 싫고, 너무나 환상 어린 시선이 가미된 로맨스 판타지류도 싫다. 영화 <중경삼림>이나 <오만과 편견>,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처럼 담담한 가운데 말캉한 감정이 섞여 있는, 그럼에도 ‘지극히 현실적인 요소’가 반영되어 있는 로맨스가 좋다.

 

그런데 이 소설 <내 애인은 DNA>, 오랜만에 주변에 추천해 줄 만한 로맨스였다. 담담한 서술, 그 안에 말캉하고도 깊은 애정이 깃들어 있고, 무엇보다도 주인공이 독특했다. 인간이 아닌, 규소 기반으로 이뤄진 ‘외계생명체’였으니까. 이 소설은 외계인이 지구에 살던 당시에 사귀었던 연인을 회고하는 데서 시작된다.

 

인간의 수명과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수명이 긴 외계인, 주인공이 유희처럼 지구에 놀러갔다가 만난 여자는 ‘첫 순간’부터 남다르다.

 

“외계인이시라면 탄소 기반 생명체인지, 규소 기반인지 혹은 다른 건지 말해주세요.”

 

이 대사에서 이미 매력적이지 않은가. 스스로를 외계인이라 고백하는 사람 앞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캐릭터라니! 그녀와의 첫 만남, 술과 서로에 빠진 밤을 보낸 그때를 추억하는 주인공의 평은 또한 이 한 줄이다.

 

‘그런 애인이었어요. 그런 애인이었죠.’

 

과장되지 않고, 담백하게… 그러나 애정이 담뿍 깃든 어조로 이뤄진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두 사람 사이에는 참 끈적하고 타오르는 열정이 있는 데도, 그 표현 방식이 참 ‘산뜻’하다 싶다. 바로 그렇기에 내가 이 소설을 단숨에 읽고 이렇게 리뷰까지 쓰게 되었겠지만 말이다.

 

지구에서 6년간 사귄 애인이 이별을 통보했을 때 주인공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하나 가져간다. 꾸준하고 언제나 연구실에서 고심하는, 잘 변하지 않는 애인의 모습이 DNA로 담긴 이 머리카락을 가져가서 주인공은 애인을 ‘그대로’ 복제한다.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횟수를 무수하게 거듭해 갈 수록 주인공이 확인한 것은 동일한 DNA인데도 저마다 다른 모습의 결말을 맞이하고, 비슷한 듯 다른 그녀가 만들어진다는 거였다. 심지어 복제된 애인 중에 한 개체는 외계와 주인공이 하는 복제 방식을 모조리 다 이해하고 스스로를 복제하기까지 한다.

 

최초의 애인은 떠나고, 홀로 남아 애인의 DNA로 무수히 많은 애인을 복제하고 무수하게 많은 사랑과 결별을 반복하는 외계인… 이 사랑의 끝은 무엇일까.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내 애인은 DNA>를 읽어보도록! 스포는 나쁜 것이기에 이쯤 리뷰를 마무리한다.

 

하나 더,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 온 우주를 다하여 널 사랑하려고 한다고.

 

온 우주를 다하여 사랑한다는 건 대체 무엇일까, 어떠한 방식이라면 가능한 걸까. 외계인은 어째서 ‘온 우주’를 다하여 그녀를 사랑하는 걸까… 뒷 이야기도, 감상도 이제는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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