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좋은 것’, ‘즐거운 것’을 발견했을 때 여운은 참 길다. 이 소설 <꽃의 결실>을 봤을 때처럼. 완결된 형태의 ‘조금 긴 소설’을 보려고 검색하다가 이 소설을 발견했을 때 내가 아는 거라고는 ‘추리/스릴러’ 장르라는 것과 살인청부업자 백연화가 ‘어려운 의뢰’를 수행하게 된다는 딱 그 정도였다. 막상 소설을 읽기 시작하자, 소설은 그보다는 좀 더 찐득찐득했고,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깊이감이 있었다.
총 26회 연재로 원고지 483매에 달하는 이 소설은 그리 길지도 않지만, 그리 짧지도 않다. 연휴를 맞이하여 뒹굴거리고 있다가 브릿지G 앱에서 이 소설을 만났을 때 나는 읽는 데 꽤 걸릴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순식간에 읽겠더라. 스포를 막기 위해서 간단하게만 말하자면 이 소설은 결국 부녀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성장’ 서사를 취하고 있다.
도입부부터 짧게 말하자면, 연화의 친부모를 죽인 청부업자가 갓난아기(이후에 연화라는 이름을 갖게 되는 사실상의 주인공)를 데려 가는 장면에서 주는 긴장감이 압도적이다. 물론, 살해 장면이나 아기를 데려가는 데 있어서 ‘너무 많이 감추려고’ 하다 보니 가독성이 좀 떨어진 것은 아쉬웠지만, 뒷부분에 충분한 설명을 곁들여 줘서 이해하는 데 무리 없었다.
내가 이 소설을 특히나 좋게 본 것은 살인청부업자가 자신이 데려온 아이(자기가 죽인 자의 딸)를 교육시키는 방식부터 그 ‘아이’가 자신을 가르친 아비이자 스승과 맞부딪히는 장면까지 서사가 쫀득하게 잘 이어진다는 점에 있다. 소설의 길이가 길어지면 집중도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분명하게 알고 나아가며, 속도감 있게 장면 위주로 잘 쓰여졌다.
참 많이 반성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나 역시 소설을 준비하고 있는 작가 지망생의 입장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마무리까지 잘 가져간 소설을 만나는 건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순간순간의 묘사나 문장이 ‘불명확’하여 잘 읽히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지점’을 상쇄할 만큼의 다음 사건, 장면, 문장이 있었고 캐릭터 간의 관계와 대사가 재미있었다. 다 읽고 나서야 ‘꽃의 결실’이 무엇인지 알게끔 하는 전개도 좋았으니… 긴 말할 필요 있을까. 이 리뷰를 읽었다면 그저 클릭, 즐겁게 읽어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