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리낙원 감상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별리낙원(別離樂園) (작가: 이연인, 작품정보)
리뷰어: 므사, 22년 12월, 조회 40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에만 하더라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처음 보는 용어로 진행되는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기 바빴던 것 같아요. 전혀 모르는 사회의 모습이, 음식 하나하나와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새로운 용어로 그려지는 점이 흥미로워서 작품의 배경이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능글녀와 조신남의 조합이 마음에 쏙 들기도 했고요. 특히 다마시아에서 처음 만났을 때 끊임없이 플러팅을 일삼는 진원에게 가차없이 철벽을 치는 카밀의 모습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난처해 하면서도 수줍음을 느끼며 진원과의 만남을 거절하지 못하는 것이 정말이지…. 그런데 현재 시점으로 돌아오면 진원이 오히려 선우에게 다소 냉담하게 대하고, 그러면서도 선우가 원하는 것을 전부 이루어주려고 하고요. 과거 시점과 현재 시점의 차이 때문에 더더욱 과거에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졌던 것 같아요. 반란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된 건지, 선우가 천한에 잘 적응을 할지, 진원이 제위에 앉는 것을 잘 피할 수 있을지, 이 세계가 어떤 곳인지에 주목하며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반란 사건 이후로 너무나도 큰 비밀들이 밝혀지면서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비교적 분명해 보이던 후계구도가 뒤집히고, 진원의 인생에 크나큰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지고, 둘의 관계도 조금 변화하고. 초반에 읽으면서 가졌던 의문의 많은 부분이 해소되었지만 핵심적인 부분에서는 새로운 의문이 또 생기면서 긴장감을 계속 받고 있습니다. 주인공 둘이 서로를 끔찍히 위하면서도 서로에게 기대지 못할 만큼 불안을 안고 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하나 더 남아있는 것 같아서요. 더욱이 천한만이 아니라 양쪽 제국 모두 황위 계승 경쟁이 치열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이제는 아르투르의 문제까지 다가오고 있는 느낌입니다. 안 그래도 진원이 맡은 책임이 점점 무거워지는데 말이예요. 둘 사이의 관계는 여전히 근본적인 불안 위에 있지만 그런 모습으로 안정된 것 같기도 해요. 절절히 서로를 생각하며 눈만 마주쳐도 불꽃이 일지만, 언젠가 버림 받을 수 있다는 불안이 함께하는 방식으로요.

주인공들의 연애 전선만큼 주변인물들의 이야기와 작품의 배경 자체도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예를 들면 역사가 길지 않은 천한 왕조가 성별의 구분을 크게 두지 않는 제도를 구축하면서, 조부모 세대와 주인공 세대의 작위 명칭이 다른 점이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신분 질서가 뚜렷한 체제여서 가문의 계보가 중요한 만큼, 이성 간의 결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구성원리가 되는 점도요. 여성을 신성히 여기는 수신교가 속세와는 다른 이성결합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반대로 화신교는 남성 위주의 사회제도를 정당화하고 있지만, 신능을 지닌 여성의 존재를 완전히 감추지는 못한 것도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이렇게 촘촘한 설정이, 지나가는 대화나 장면에서 보이는 점이 대단한 것 같아요. 두 인물이 누가 먼저 인사를 하고 서로를 어떻게 부르는지만으로도 신분을 알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두 주인공이 헤어지지 않고 관계에 내재한 불안을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지, 황위를 누가 계승하게 될지, 그리고 수신교와 화신교가 어떻게 나아가게 될지 궁금해하며 열심히 연재를 따라갈 것 같습니다. 천한과 아르투르는 대립하고 있지만, 과연 수신과 화신은 어떤 관계일지도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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