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날개를 펴보지 못한 소설을 추억하며 감상

대상작품: 프라우다(правда) (작가: 유기농볼셰비키, 작품정보)
리뷰어: Mast, 22년 12월, 조회 29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발행되는 일간지의 이름이기도 한 소설 ‘프라우다’는 역사 빙의물입니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21세기의 모스크바에 전승기념일 취재를 위해 방문한 현대인이 불의의 사고에 휘말려 2차 세계대전의 어느 한 인물에게로 빙의된다는 스토리라인을 가진 작품이죠.

한국인 기자 송진아(소속은 밀리터리 잡지 아르미야라고 합니다.)

그녀는 5월 9일의 전승기념일에 한껏 들뜬 수도 모스크바의 한복판에서 트럭에 치입니다.

하늘로 붕 떠오른 몸, 그리고 부딪친 머리.

그렇게 현장에서 즉사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부상을 입은 그녀가 정신을 차린 곳은 이럴수가!

하켄크로이츠가 당당하게 내걸린 독일 진영의 침대 위였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더 이상 한국인의 신분 또한 아니었죠.

독일의 전설적인 감독 리펜슈탈의 촬영보조 겸 수제자이면서 선전활동을 위해 독일군 진지로 파견된 종군기자단의 일원이자 빨치산의 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 릴리 그레테 슈타이너.

그녀가 빙의를 한 인물의 대략적인 약력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런 그녀가 레온하르트 폰 슈타우펜베르크 대위라는, 대전 말 쿠데타에 가담한 백작의 성씨를 가진 어느 끝내주게 잘생긴 장교와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물꼬를 틉니다.

 

사실 제가 이 소설을 읽어보기로 결정한 까닭은 제목만큼이나 개성이 뚜렷한 작가의 필명 ‘유기농 볼셰비키’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끌림 때문이었습니다.

자본주의의 상징격인 맥도날드의 황금아치를 배경으로 하는 사회주의의 아버지 블라디미르 레닌이라니!

소설의 제목에 더불어서 작가의 필명 그리고 이미지까지 삼위일체로 더해지니 도저히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겠더군요.

그리고 저는 이 소설에 대한 감상을 적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이유는 여럿입니다. 첫 번째로 소설 ‘프라우다’는 더 이상 연재가 되지 않는 작품이라는 것, 그리고 이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만 생각보다 제가 이 소설을 좋아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좋은 소설에 대해서는 쓸 말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지 못한, 혹은 완성도(꼭 이 소설이 그렇다는 의미는 아닙니다만)가 미흡한 소설의 경우 할 말이 정말이지 아주 무척이나 많아집니다.

소설은 본격적으로 날개를 펴보기도 전에 전개가 쫑이 납니다.

그녀가 모스크바의 전시관에서 전시물로서 보았던 처형된 안나 린데만과 조우 그리고 그녀의 정체. 더 나아가 어쩌면 소설의 제목과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그녀들의 탈출에 대한 모의.

이 대목에서 소설이 끊겨버렸으니 좋은 말로도 썩 좋은 감정은 생겨나지 않더군요.

정말로 재미있어질 대목의 앞에서 싹뚝! 이야기가 끝나버렸으니깐요. 사실 그것 말고도 할 말은 많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소설의 톤은 과장적입니다. 오버해서 날뛰는 듯한 톤으로 휙휙 붓질을 갈긴듯한 글풍은 뭐랄까… 제가 한 20년은 어렸으면 캄캄한 이불속에 들어가 킬킬대며 좋아했을 법한 그런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부분적으로 반복해서 묘사하는 아름답고 잘생김에 대한 표현 그리고 성적이면서 비현실적인 대사들과 공감이 가지 않는 작중인물의 행동거지, 느린 전개 속도 등은 여러 가지의 의미로 보는 이의 눈을 질끈 감게 만듭니다. 물론 이게 잘못되었다던가 틀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모든 것들을 열렬하게 사랑할만한 독자는 이 세상에 무척이나 많을 것이고 어쩌면 절대적인 다수의 진영을 차지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결국엔 작가님이 이 소설을 실시간으로 현재했을 그 시간상의 감성과 담백함을 추구하는 현재의 제 감수성이 서로 맞물리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죠.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이 소설에 대한 과한 기대감을 가지고 접근을 해버린 저에게 있습니다.

다시 소설의 얘기로 돌아가자면

만약 소설이 그대로 연재가 되었더라면 이야기의 전개는 어떻게 흘러갔을까요?

주인공 일행은 소련이나 미국으로 도망을 쳤을까요? 아니면 결국 독일에 발이 묶여 역사의 흐름대로 스러지는 제국의 몰락을 기자의 눈으로 기록을 하는 그런 소설이 되었을까요?

알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이 소설은 연재가 중단되었으니깐요.

작가님의 연재활동을 지지합니다. 결국 써버린 감상평을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역시 저는 이 번 감상평을 쓰지 말아야 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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