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심각하게 죽을 위기를 넘겨본 적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좋은 일이죠,
대체적으로 도시지역에서 살아가는 저의 입장에서 죽을만큼의 위기라고하면 교통사고정도
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전 대학시절 지리산 등반에서 순식간에 불어난 계곡
물에 쓸려 내려갈 뻔 한 것 빼고는 그닥 위험한 상황은 없었던 것 같은데, 여하튼 그때에는
정말 무서웠던 기억이 납니다.. 저희들 뿐만 아니라 주변에 아무렇지도 않게 텐트를 치고
계곡 주변에서 잠을 청하던 많은 분들이 계곡 위로 올라가 있더라구요, 그분들이 목이 터져
라 외치는 소리에 아마도 우리를 깨운게 아닌가 싶은데 정작 잠에서 깰 때에는 벼락치듯
물이 쏟아지는 소리만 들렸다는게 희한하죠, 무의식중에 그분들의 애타운 목소리가 죽음의
언저리에 놓인 우리들을 벗어나게 만들어주신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그정도의 배려조차 주지 않는 것을 많이 봐왔으니까요, 그들이 없었더라면 우린,,,,
사실 홍수를 겪어보진 못했습니다.. 주변에서조차도 얼마전까지는 홍수피해에 대한 이야기는
뉴스속에서나 나오는 일이었죠, 물로 인한 피해의 문제는 여느 재난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죠,
대단히 공포스러운 감각을 일깨워줍니다.. 숨이 막히고 헤어나갈 수 없는 공포감이 우리 전체
를 감싸는 위기감이 몰아치죠, 저 역시 과거의 계곡에서 그런 상황을 보긴 했지만 진작 위험하
다는 인식은 상황이 끝나고 나서야 느껴지더군요, 물이 불어나 계곡이 한순간에 물로 휩싸이는
장면을 바로 앞에서 목격하고서도 안전하다는 생각에 우와, 했던 기억이 우선이었습니다..
하지만 홍수나 수재로 인해 위험속에 놓여진 사람이 있다면 과연 어떨까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가는 홍수속에서 힘겹게 홀로 세상을 덮은 흙탕물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체 죽음의
낭떠러지에 힘겹게 놓여있다면, 근데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인물이 도대체 누구인 지 감조차
잡지 못하고 홀로 손하나 꼼짝하지 못하는 상황이 처했다면, 이런 극한 상황의 심리와 묘사에
대해 상당히 매력적인 문장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단편소설입니다.. 제목이 “홍수”네요,
이 작품에서는 홍수라는 자연재해에 대한 배경이나 구체적인 설명은 없습니다.. 시작과 동시에
그곳에서 벗어나고자하는 긴박한 상황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벌어지는 홍수의 상황을 혼란스러우
면서도 긴장감 넘치게 그려내죠, 힘겹게 죽음의 휩쓸림에서 벗어난 주인공이 옥상에서 맞닥뜨린
상황은 애써 벗어났다고 착각한 죽음의 영역의 끝자락에 걸려있는 모양새입니다.. 이제는 자연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공포감의 극한적 상황인 것이죠, 단순한 인물이라면 주인공은 굳이 공
포감을 느낄 필요가 없을테지만 그녀의 곁으로 다가온 인물은 소름끼치는 외지의 인물인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낯선 모습의 남자의 독백과 웅얼거림과 비현실적인 혼잣말은 그녀에게
또다른 불안과 죽음에 대한 극한사항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러던 중 홍수가 나기 전 자신을 데려
나가려고 했던 동네 오빠의 목소리가 마지막 남은 희망처럼 그녀에게 들려옵니다.. 과연,
매력적인 공포적 상황이 주는 스릴러적 쾌감이 전체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살길이 막막한 물의 세
상속에 갇힌 한 여인의 마지막 공간에 침범한 또다른 위협에 대한 공포감도 대단히 현실적으로 다
가오죠, 독자들은 여인의 입장에서 죽음의 공포에 갇힌 상황에서 또다른 위협으로 작용하는 낯선 인
물과의 관계까지 이중적 압박감에 소설속으로 후욱하니 빨려들게 됩니다.. 단편이긴 하지만 여느 단
편의 스토리보다 더 짧고 단순한 이야기구조임에도 이 작품이 주는 감성적 느낌은 상당히 좋습니다..
딱히 어색하거나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느껴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마지막의 반전적
상황의 묘미와 느낌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낯선이가 등장하고 난 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독자적 의도를 만드는 작가의 능력은 남다르게 느껴지네요, 좋은 장르적 느낌이
었습니다.. 그래서 작가님의 작품을 자주 읽는 지도 모르겠네요, 부디 건필하셔서 베스트셀러 작가님
이 되시길 바랍니다.. 퐈이링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