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리뷰가 아닌, 개인적인 일기에 가까운 감상문입니다 ^^;
행동하지 않는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들 한다. 옳은 일을 위해 행동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할 수는 있다. 옳은 일이 무엇인가 생각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래서, 옳은 일이 무엇인지 아는 건 어렵다.
우리는 정의를 외쳤고, 불의를 무너뜨린 경험이 있다. 죄 지은 자들을 저 위에서 끌어 내리고 법의 저울대에 올려 놓은 경험이 있다. 세상은 바뀌는 듯 했지만, 크게 바뀌진 않았다.
자신의 불을 주변으로 나눠주는 촛불들이 모여 거대한 빛을 이룬다. 반면, 알전구는 환하게 빛나지만 저 혼자만 빛날 뿐. 제 온기를 나눠주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래도, 알전구는 환하게 빛나 지금 내 책상을 비춘다. 나에게 오롯이 비추는, 일인분의 불빛, 우리는 누군가에게 오롯이 불빛이 되어준 적 있던가.
무수한 쓰레기 더미에서 쓰레기 한 조각을 줍는다고 세상은 변하지 않겠지만, ‘나’는 손 안의 쓰레기를 꼭 쥐고 놓지 않는다. ‘너’는 그런 나에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핀잔을 준다. 쓰레기 하나를 줍는다고 아무것도 바뀌는 건 없다고. 하지만 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옳은 일이니깐. 쓰레기를 줍는 건 부질없다고 말하면서, 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건 당연하다고 말하는 ‘너’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나’는 모른다.
‘나’는 광장을 환하게 비추는 촛불의 무리보다, 홀로 빛나는 작은 알전구에 더 가깝다. 세상의 암흑을 내몰 순 없지만, 주변의 어둠 한 조각은 물릴 수 있을 정도의 빛.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작은 쓰레기 조각 하나 치우는 소소한 행위. ‘나’는 큰 빛과 작은 빛 사이를 갈팡질팡한다.
광장을 가득 채우는 군중의 목소리와 쓰레기를 줍는 한 사람의 손의 차이란 무엇일까. 촛불과 알전구의 차이. 행동하는 정의와 고민하는 정의.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