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에 대한 목마름 감상

대상작품: 5인의 자객열전 (Five Assassins) : 비무대회 (작가: 스노우, 작품정보)
리뷰어: 홍윤표, 22년 11월, 조회 23

이 리뷰의 제목처럼, 이 작품을 읽게 된 건 순전히 무협소설을 읽고 싶은 갈증 때문이었다. 퓨전무협에 쉬이 적응하지 못하고, 어린 시절 읽던 무협만을 위한 무협 소설.

브릿G에서 무협장르로 검색을 한 결과 이 작품이 나왔다. 작품 소개글의 ‘클래식한 정통 무협소설을 기다려왔던 팬이라면 통쾌한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글귀를 보자마자 홀린 듯이 클릭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갈증은 깨끗이 해소되었다. 품위 있고 정제된 문장을 보며 작가님이 글을 써 내려간 것이 아니라, 만들어간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작가님이 자신 있게 ‘정통’이라는 단어를 내세우신 이유는, 이 작품이 과욕에 앞서 새롭고 참신한 걸 시도하려 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는 듯하다. 퓨전이라는 미명 아래, 참신과 기발이라는 착각 속에 과욕을 앞세우다 고꾸라지는 작품들이 허다한 걸 생각한다면 이 점은 작가님의 뚝심과 우직함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소설을 읽기 전에는 제목과 시대적, 공간적 배경에서 어쩔 수 없이 장이모우 감독의 영화 <영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작품을 읽을수록 영화는 잊게 된다. 정도를 우직하게 걸어가는 작품의 발걸음이 혹자에겐 지루하고 고리타분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그 발걸음을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가볍게 휘발되는 재미가 아닌, 묵직하고 농도 짙은 무협의 향취를 느낄 수 있다.

모든 이야기는 저마다의 가치가 있겠지만, 읽고 나면 쉽게 잊히는 작품들도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 작품들을 읽을 때마다 작가님들에겐 죄송하지만, 그 작품을 단순히 소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이 작품은 매 문장마다 작가님의 깊은 사려가 배어 있는 걸 알 수 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왜 무협소설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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