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 되기위해 섹스를 하는 좀비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조회수 0 (Unfound Footages) (작가: 이일경, 작품정보)
리뷰어: Mast, 22년 11월, 조회 56

들어가기에 앞서서!

 

저는 남이 쓴 글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렇다~저렇다~맞다! 아니다를 자신있게 주장할 만큼 잘난 사람이 못됩니다. 시청자와 독자로서의 제 수준은 기껏해야 평균 이하(누군가의 창작물을 접해도 그것에 숨겨진 의도를 해석하는 일을 저는 정말 전문적으로 못해요)입니다.

이를 감안하고 읽어주신 다면 많이 고마울 것 같아요.

 

동영상 컨텐츠를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 업로드했을 때 조회수 0이 나오게 하는 방법을 혹시 아시나요? 편집도 제대로 하지 않은 끔찍하게 재미없는 영상을 찍으면 될거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의외로 그런 영상도 조회수는 나옵니다. 어떻게 아느냐구요? 제 경험담이거든요.

부끄럽지만 저도 남들처럼 유튜브를 ‘체험’해본 적이 있습니다. 채널을 만들고 동영상 파일을 5개 정도 업로드 했었어요. 그건 정말이지 지루한 영상이었습니다.

편집도 하지 않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 오디오라곤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 뿐인 2시간 짜리 브이로그.

어때요? 상상이 가시나요? 그런데 이런 영상이라도 보는 사람은 있습니다. 조회수 62, 37, 5라는 어디 내놓기도 부끄러운 성적이었지만 중요한건 0은 아니었다는 거에요!

그러나 이 소설의 동영상은 다릅니다. 소설에서 묘사되는 영상은 그저 올리는 것만으로도 100만…… 아니 1000만 이상도 뛰어넘을 잠재력이 있어요. 그렇지만 이 영상들의 조회수는 안타깝게도 모두가 조회수 제로입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결국 업로드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조회수 0 (unfound footage)는 좀비소설입니다. 좀비소설이면서 카메라의 1인칭 관찰 소설입니다. 휴대용 카메라 혹은 cctv의 렌즈를 통해서 기록되는 영상을 소설의 형식으로 섬세하고 떠서 담은 기록물이라고 할까요?

소설에서 등장하는 좀비는 확실히 이질적입니다. 그들에겐 우리가 입버릇처럼 종알대던 좀비 바이러스란 게 없습니다.(대신 감염을 일으키는 균류는 있습니다) 사람을 물어뜯는 행위는 감염을 일으키는 필수적 행위조차 아닙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에너지 섭취를 목적으로 사람을 잡아먹을 뿐이거든요. 감염되어 좀비가 된 시체의 뇌는 일종의 생식기관으로 변화하고 끊임없이 포자를 생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중으로 살포하죠.

그럼 그 포자에 접촉한 사람들은 좀비가 되느냐구요?

아니요. 포자는 인간을 직접적으로 좀비로 감염시키진 않습니다. 대신 아주 요상해질 따름이죠.

감염된 인간은 어느 욕구를 느끼게 됩니다. 아주 강렬한 욕구, 성욕을 느끼게 됩니다.

바로 좀비에게 말이죠.

좀비와 섹스를 하고 싶어지는 변이.

그냥 말로 풀어보면 이게 무슨 미친 소리인가 싶네요. 하지만 이러한 변이는 분명 어느 매체에서 등장하는 좀비 감염방식보다 훨씬 치명적입니다.

여기엔 정말 희망이랄게 없거든요. 포자에 감염된 인간은 강렬하게 좀비와 섹스를 하고 싶어합니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가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것처럼 좀비에 대한 두려움을 잊고 매혹됩니다.

좀비를 반찬으로 자위를 하다가 급기야는 옷을 훌러덩 벗어던지고 좀비를 안기 위해 달려듭니다. 그리고 좀비와 사람은 융합을 해요. 살과 살이 서로 엉겨붙어 하나가 됩니다.

그리하여 시간이 흐르면 군체와도 같은 거대한 단일개체가 완성되는 것이죠.

사람간의 섹스(이성간의 성교를 뜻합니다)는 궁극적으로 아이를 만들기 위함입니다만 좀비와의 섹스는 확실히 인간의 그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합쳐지려는 듯 열심히 서로에게 달라붙지만 결국 분리되고 둘의 유전자를 적절히 배합한 별도의 생명을 생산하여 개체를 늘려가는 인간과 다르게 그들은 진정한 의미로 하나가 되기위해서 성교를 나누는 존재들인 셈입니다.

소설에서는 이 좀비의 기원에 대해서 궁금증을 던집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바이러스 혹은 외계의 무언가.

프랑스 파리의 생화학 병기 개발 연구소 그리고 그곳을 덮친 유성.

처음에 저는 결국 무엇이 좀비 아포칼립스를 촉발시킨 걸까 생각하며 소설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좀비와 섹스를 하고 싶어지는 마당에 이러한 양자택일의 궁금증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둘다 일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구요.

이것을 알아내는 몫은 이 망해버린 세계관의 과학자들의 몫입니다. 그러나 그 기원은 최소한 아주 오랫동안(어쩌면 영영) 밝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인류는 결국 파도처럼 밀려드는 성욕을 이겨내지 못하고 속옷을 벗어던진 채 저 거대한 쾌락과 죽음의 군주를 향해 달려가 버리고 말테니까 말입니다.

목이 긴 기린이 살아남고 나뭇잎을 먹지 못한 목이 짧은 기린들은 모두 자연 도태되었다는 생물학적 이론처럼. 균에 저항하여 좀비를 혐오할 수 있는 신인류가 대거 등장하기 전까지는 소설 속의 영상들은 발견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결국 공개되지 않을 것이고 언제까지고 ‘조회수 0’으로 남을 것입니다.

 

‘조회수 0 (unfound footage)’

독특한 소재의 좀비물을 읽어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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