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으로 읽는 장편소설과 달리 <이쁜 그녀>는 연재한 분량이 제법 되는데도 단편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매 회 긴 이야기를 주축으로 하기 보다는 한 장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익히 알고 있는 가요의 가사가 그의 마음을 잘 나타내준다. 각 꽁트마다 BGM이 적확하게 흐르고 마음의 목소리인 것 마냥 그녀를 향한 마음이 고스란히 내비친다. 조금 많이 모자랄 정도로.
회사의 임원이 방문하고 입에 익지도 않은 영어를 쓰면서 빨리 그 임원이 가기를 소원 할 때, 다같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던 그 때 그의 마음을 사로 잡는 그녀가 나타났다. 상사병이 있는 거 마냥 온통 그녀 생각 뿐이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인 만남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서성거린다. 그에게 있어 엘리베이터는 장면의 전환버튼인 것 처럼 다양하게 그와 그녀의 관계가 팽팽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느슨하게 풀어지기도 한다.
참하고 예쁜 청순미를 발산할 것 같은 그녀를 그리다가 옥상에서 흡연을 하고 육두문자를 쓰는 순간 그의 환상은 와장창 무너져 내린다. 그야말로 날.라.리. 거친 그녀의 모습에도 어쩌지 못하는 남자의 흑심이 묻어나 그녀를 따라 다니고 만다. 정도를 걷는 엄마의 자존심인 아들이 될 것인지, 아니면 꽃을 쫓아가는 나비가 될 건인가에 대해 잠시 고민 하는 듯 하더니 금세 넘어가고 만다. 홀리듯 빠져 들었지만 주인공은 여러 삽질의 향연 속에 그녀를 따라 다니는 이야기다.
근사함 보다는 찌질하고 무엇을 사도 금액 때문애 어쩌지 못하며 더 이어 나가며 예쁜 그녀와 사랑을 나누고 싶지만 타이밍이 빛나가는 작품이다. 한없이 가벼운 이야기지만 빠르게 읽히는 장점이 있는 작품이며, 이야기 사이의 여백은 그와 그녀 사이를 독자가 상황을 살을 더 붙이기도 하고 뺄 수 있는 상상을 할 수 있게 만든 소설이었다. 66회의 연재분으로 이야기가 끝이 났지만 짧은 호흡의 긴 이야기를 읽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한 번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