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전하는 슬픈 목소리 감상

대상작품: 밤의 기도 (작가: 조은별, 작품정보)
리뷰어: 주디, 9월 28일, 조회 18

<밤의 기도>를 읽고 나니 시노하라 치에의 <하늘은 붉은 강가>의 작품이 떠오르네요. 아야기의 결은 다르지만 극의 마무리에서 짓는 순환의 일대기가 아쉽고도 슬프게 느껴집니다. 꽃이 피어나고 떨어지는 순간을 슬로우 모션으로 그려내는 것 처럼요. 예전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감염병을 소재로한 이야기가 아이러니하게도 잘 읽히는 동시에 마음을 파고 듭니다. 3년 가까이 마스크를 쓰고 아직까지도 소멸되지 않는 병에 대한 두려움과 사회적 파장의 깊이를 느껴본 시기여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보이지 않는 공포 속에서 누군가는 살고 누군가는 떠나갑니다. 내곁에 있던 가족의 온기가 사라지고, 또 눈군가는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죽여버려요. 그렇게 남은 너와 나의 이야기는 공허함과 상실감, 두려움, 애절함이 한데 뒤섞여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아직 어려 부모님의 손길과 눈길을 피해 파고든 숨막히는 그들의 이야기가 때때로 다른 장면의 복선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두 사람만의 은밀함과 팔딱거리는 심장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가 어느새 그 소리도 사라져 허공에 맴도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주제가 갖는 무게감과 맞닥뜨리는 상황 그리고 결말 부분에서 얼마나 임펙트있게 지어나가는게 이야기의 골자라면 <밤의 기도>는 서정적인 무서움이 다한 작품입니다. 앞에서 말한 엔딩의 여운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줍니다. <하늘은 붉은 강가> 의 엔딩을 좋아하는터라 이 작품의 엔딩이 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손 위에서 모래가 스르르 흩어져 아무것도 남지 않고 만졌던 감촉만이 남아있는 것 처럼요.

 

‘나’는 존재해 있음을 목소리를 통해 알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존재에 대해 ‘모호’ 합니다. 옆에 있는 것 같이 느껴지다가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투명하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그런점들이 한데모여 서정적인 모습의 무서움이라고 생각이드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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