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의 심정 공모(감상) 공모채택

대상작품: 목마의 뱃가죽을 가르면 (작가: 사피엔스, 작품정보)
리뷰어: 소로리, 22년 9월, 조회 27

아주 옛날, 트로이가 10년에 걸친 기나긴 전쟁을 끝내고 그리스인들이 두고 간 목마를 성 안에 들인 결과, 트로이는 하루만에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이를 두고 이후 뭔가 안 좋은 것을 은근슬쩍 묻어서 침투시키려 할 때, 트로이의 목마란 표현을 즐겨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트로이의 목마는 뭔가 안 좋은 것의 대명사가 되어버렸지요.

하지만 목마는 그저 목마일 뿐입니다. 그 일을 행한 것은 목마의 배 안에 하루 종일 땀내를 맡으며 짱박혀있던 그리스 특공대들이지 목마는 그저 그 자리에 서 있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마를 비난하고 있으니 목마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억울할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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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주인공도 그렇습니다. 주인공은 그냥 열심히 산 죄 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서 ‘최고’의 선택을 한 건 아니었지만 일반인인 그녀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녀가 ‘산’ 것이 사회에 있어 ‘최악’의 선택이 되어버렸고, 그 결과 그녀는 만고의 역적이 되어 비난 받습니다.

하지만 목마는 그저 목마일 뿐입니다. 그녀는 그저 이용당했을 뿐, 그녀의 행동에 어떠한 의도성도 부여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그녀는 무엇하나 책임질 일이 없습니다. 허나 그녀의 그런 행동의 되갚음으로, 그녀는 또다른 ‘죄악’을 강요받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살아가는 내내 그녀의 삶에 간섭하는 모든 존재에 대해 무엇하나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들이 그녀를 동의없이 임의대로 움직이고 흔들었을 따름입니다. 그러니 그녀의 선택 또한 그들에게 동의받아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외부에 의해 흔들렸지만, 마지막에는 본인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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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으면서 최근 몇 가지 이슈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팬데믹 속에서의 개인의 ‘이기적인’ 선택이 가지고 온 피해를, 온전히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온당한가, 그리고 자유의지가 없는 존재의 참으로 형언할 수 없는 끔찍한 행위에 대해, 그 존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가당한가-

목마의 심정…SF의 배경을 빌어 말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내내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다 읽을 즈음에는 이전에 비해 그 때의 그 사건과 사람들에게 조금은 다르게 바라보아야 하는게 아닌가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녀의 의지가 한 점 반영되지 않은 채 진행된 끝에 일어난 참으로 서글픈 마지막 선택이었지만, 그럼에도 그 선택의 결과가 그녀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상 목마의 뱃가죽을 가르면 감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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