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지옥 밑바닥에서 기어올라온 악마 같았다.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예쁘지 않다거나, 보살펴줘야 한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거나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아기는 작고, 낯설었고, 내가 웃건 찡그리건 어르건 화를 내건 그저 인상을 쓰며 울기만 하는 그런 생명체였다. 응애 응애-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인 건지, 나는 왜 어른이라 너를 이해하지 못하고. 울지 마라, 울지 마. 그렇게 오늘도 또 해가 뜨는구나. 저쪽 하늘이 붉게 밝아져 올 때까지 그렇게- 밤이 새도록 우는 아기는 악마 같았다.
그래, 밤의 아기 말이다.
처음엔 아들을 안쓰러워했고, 다음엔 이웃집에 끼치고 있는 폐를 걱정했다. 그 다음? 사람이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가를 알았다. 둘이 번갈아 가며 아기를 재우고 달래고 어르고 하다가 어느 순간, 저 새끼를 밖에 내다 놓으면 그냥 혼자 알아서 울다 지쳐 자지 않을까, 우리가 너무 오냐오냐 해서 저것이 저렇게 우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이다. 아들이 태어난 지 두 달만의 일이었다. 어른들은 아들을 보며 이렇게 순한 아이 없다고 했다. 낮에만 보시니 그렇지요- 그런 말은 할 수 없었다. 뭐하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는가, 나는 왜 그런 짓을 했는가, 밤이면 밤마다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백일이 찾아오고, 내 평균 수면 시간 동안 서너 번 깨던 아들은 한두 번만 깨게 되었다. 기뻐하던 일주일 후에, 이놈 새끼가 뒤집기를 시작했다. 자다가 휘딱 뒤집고는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울고. 그 다음엔 아랫니가 난다고 밤마다 깨어 통곡하다 자고. 윗니 난다고 또 울고. 돌 되어서 이젠 좀 살겠는가 했더니, 순차적으로 이빨들이 아들의 잇몸을 뚫어댔다. 그리고 최종 보스는 어금니였다. 24개월의 대장정이었다. 그렇게 수면부족이 누적되었다. 내 이성, 사고, 모든 것이 흐릿해졌다. 나는 언제나 졸려했고, 피곤해했고, 면역력도 같이 잃었다. 배우자는 머리만 대면 곯아떨어지는 타입이었지만 나는 모친께 불면을 물려받아 예민한 자였다. 점차 내가 녹슬어가는 느낌을 나는 견딜 수 없어했다.
조금 잦아들어 그나마 좀 자겠거니 싶었던 시점에서 1개월 후, 딸이 태어났다. 불면의 지옥이 다시 반복되었다. 문득 사진을 발견할 때마다 그리워지지만 절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나날들— 이제 나는 그냥 아무 것도 없는 밤에도 무조건 한 번씩은 깬다. 그렇게 몸에 피곤이 배었다. 나도 모르게 깨어서 애들 이불이라도 한 번 더 덮어주고 자게 된다.
글을 하나 읽었을 뿐인데, 너무나도 생생하게 기억들이 되살아나 치를 떨었다.
수미는 6개월쯤 된 모양이다. 아랫니가 나오려고 밤에 그렇게 울었던 게지. 아내는 매몰차다. 해동한 우유를 먹여 재우라며 등을 돌렸다. 유두 혼동 모르나 보다. 밤의 아기는 더더욱 예민하다. 저도 자신의 불면이 짜증이 나는 게지. 멀쩡한 대낮에도 혀로 밀어내는 젖병이다. 데운 우유를 물려봤자 먹을 리가 없다. 배고파서 깬 것도 아니니까. 아기는 짜증을 내고 또 내다가 간신히 잠들었겠지. 생각한다. 당신들 초보 부모구나. 잇몸이 아파서 그러는 건데.
아내는 매몰차다. 거칠고 폭력적이기도 하다. 아침을 만들어놓지 않았다고 짜증을 냈다. 손수건을 던지는 것을 보며 유리컵을 발등에 던졌던 기억을 떠올렸다. 아내가 폭언을 퍼부었다. 자존감을 깎는다. 정신이 불안해진다. 자꾸만 아기 입속에서 괴물을 본다.
애들이 어릴 때 항상 궁금해 했던 것이 있다. 이놈들은 손발로 갈 신경이 분화되기 전엔 전부 척추에 모여 있기라도 한 건가? 등짝에 센서가 달렸다. 자는 걸 눕혀놓으면 귀신 같이 알아차리고 깬다. 깨서 조용히 있으면 괜찮은데, 이보다 더 큰 소리로 울 수가 없다. 우는 아기를 보며 김치냉장고 속에 들어가서 숨어버릴까 고민한다. 새로 산 김치냉장고는 성인 남자 하나 거뜬히 들어갈 만한 사이즈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치냉장고로 들어갈 이유는 무어란 말인가? 왜 이렇게 우니, 정말로 넌 내 아기가 맞니? 쓸데없는 고민이라며 스스로 뺨을 친다. 정신 차려, 정신 차려라.
불안하게도 자꾸만 초인종을 누르는 남자가 등장한다. 모르는 사람이다. 얼마 전 마을 도서관 앞에서 6개월도 안 된 영아를 젊은 여자가 납치했다던데, 관련 사건은 아닐까 생각하며 불안해했다. 나는 식탁에 앉아 이유식을 뒤집어 쓴 곰인형에게 온갖 의문을 묻는다. 정신은 여전히 불안하다. 곰인형에게 질문을 하다니. 뉴스의 사건들은 불안하다, 꿈마저 불안하다. 갈색머리를 한 남자가 아기를 품에 안고 있다. 꿈에서 본 남자는 환영으로까지 보인다. 꿈인가, 현실인가.
—그리고 결말에 이르기까지.
결말을 읽고 나면 저 굵은 글씨들이 다시 보이게 될 것이다. 작가님은 곳곳에 치밀하고도 세심하게 여러 가지를 쌓아두었다.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올리듯 구조적으로 집을 지은 후, 마지막에 해머로 내려친다. 견고할 줄 알았는데 삽시간에 허망하게도 무너져 내린다. 팍- 하고 벽돌 파편이 튄다. 자잘한 파편이 내 얼굴에까지 튀어오르면, 나는 대체 누구의 잘못인가, 누가 문제인가 한숨을 쉬게 된다.
조금만 더 다정하지 그랬어.
어차피 둘 다 힘든데 왜 그렇게도.
조금만 더 이해하지 그랬어.
어차피 둘 다 처음이라 서투른 게 당연한데도.
조금만 더—
—그러지 말지 그랬어.
다 읽고 나서 작가 코멘트를 보고 나면, 물컥 하고 가슴 속이 터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정말 그러지 말지 그랬어. 당신은 너무 폭력적이야.
난 아직도 불면증에 시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