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여는 공포물. 하지만 조금 부족한. 공모(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후안 유니버스) – 세탁기가 있는 반지하 (작가: 엄성용, 작품정보)
리뷰어: 루주아, 17년 6월, 조회 85

한국의 소설가들은 극한 직업입니다. 특히 사이버 펑크, 정치, 그리고 여성이 주인공인 호러를 쓰는 분들이요. 현실이 훨씬 기이할 뿐만 아니라 현실은 딱히 개연성 없이 빵빵 터지거든요. 비대한 넷-자아를 현실에 휘두른다거나, 대통령이 사이비 종교인에게 꼭두각시 처럼 조종당한다거나, 혹은 오늘도 어딘가의 반지하에선 여성이 살해당한다거나 그런 일들이요.

 

소재는 어쩔 수 없이 평범하다 생각해요. 하지만 설정은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읽기 시작했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갸우뚱 하게 되네요.

 

상중하 세편을 통합해 한편으로 만들었다고 하셧는데 5편 정도 쓰는게 좋지 않았을까요. 일단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듭니다. 복선은 너무 노골적이었어요. 정말 위험한 줄 알았던 귀신이 사실은 같은 편이고 친절한 이웃이 악독한 살인마라는 것이 주요 플롯인데 맨 처음 부동산 사장과 노인의 대화에서 차후 전개가 다 예상됩니다. 귀신 또한 대적자적인 면모를 크게 보여주지 못했고요. 김군과 주인공의 애정전선은 형성되지조차 않죠. 귀신을 보자마자 헬프치는게 구남친이잖아요. 구남친보다도 신뢰받지 못하는 존재 김군… 이런게 너무 짧은 이야기에 우겨넣으려고 하다 보니 생긴 문제라고 봐요.

 

원래 세편을 통합해서 만들었다고 하셨는데 다섯 편 정도로 해서 좀 더 긴 호흡을 가져간다면, 더 많은 장치를 넣고 복선의 노골도를 낮추고 은은한 복선을 더 삽입했다면 반전의 묘미가 살지 않았을까 합니다.

 

전반적으로 여주인공이 너무 무력한 존재로 설정되어서 이런 위화감이 더 큰 것 같습니다. 혼자서 월세 계약까지 할 수 있는 털털한 여성인데요. 거기다가 운동도 하고, 선머슴이라고 평가받잖아요. 그런데 귀신 나오자 마자 다른 남자들을 찾고, 위화감을 느낄때 도망간다는게 어색한거 같아요. 저라면 귀신이 나온날 바로 빨래를 했을거에요. 죽음 수용 5단계를 참조하세요. 고생하다가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고, 여기에 위험한 존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나오는건 부인-이건 진짜가 아닐거야. 그 다음은 분노-니가 뭔데 날 쫓아내려해? 여기서 경찰이나 다른 외부의 도움을 청했다가 거절당하는게 좀 더 이야기에 굴곡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경찰이나 기타 여주인공이 도움을 청하는 이 도시의 소시민들의 모두 종교집단이라면, 이야기가 더 흥미러워지지 않았을가요? 덤으로 지금까지 왜 경찰이 이 건물을 주목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해답도 줄 수 있고요.

 

마지막으로 세탁기가 있는 반지하고, 세탁기를 제단이라고 부를 정도면 오히려 낡고 관리 잘된 세탁기라고 설정하는게 좋지 않았을까요? 딱 봐도 20~30년 전에 라키스타 세탁기. 하지만 기이할 정도로 새것같은. 플라스틱조차 순백색인 세탁기. 그리고 유독 피가 잘 빠지는 세탁기.

 

다시 말하지만 설정은 흥미로웠어요. 하지만 그 설정들을 받쳐주기 위한 장치들이 부실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되네요. 끝에 악당이 본인 입으로 하나하나 설정을 다 밝히는건 좀 애처롭다고 생각했어요.

 

여름이 다가오네요. 여름에는 호러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여름을 열기에는 좋은 소설이었던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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