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꽃이기만 할까요? 브릿G 추천

대상 작품: <묵호의 꽃> by 버터칼
리뷰어: 이연인, 6월 18일, 조회 82

<묵호의 꽃>은 최근 몇 년 사이 유행하고 있는 소설 원작 가상역사 드라마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많습니다. 저는 연재 작품을 읽으면서 이런 글들이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종종 하곤 하는데요, <묵호의 꽃>은 한 회를 볼 때마다 드라마 장면이 마치 그대로 그려지는 듯합니다. 아무튼 제가 <묵호의 꽃>을 두 번 읽으면서 느낀 감상을 대략 적어볼까 합니다.

 

1. 당차고 사랑스럽고 빠질 데 없는 주인공 솔이

가상역사 드라마나 로맨스 소설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의 캐릭터 조형은 어찌 보면 꽤 전형적입니다. 능력이 지나치게 넘친 나머지 다른 주연들을 공기로 만드는 메리 수이거나, 사사건건 고집을 부리고 억지를 쓰면서 민폐를 끼치는 장애물이거나…

하지만 솔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잘하는 것도 많고 신비스러운 능력까지 갖추었지만 한편으로는 저돌적인 성격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하고, 저승차사(?)에게조차 따박따박 맞받아치는 결기도 있고 자립심도 넘치지만 한편으로는 겁도 많습니다. 여러 험한 일을 겪으면서도 결코 꺾이거나 부러지는 법이 없이 강인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는 다정한 성격이기도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시대 배경에는 다소간 어울리지 않게 복잡한 면모를 지닌, 상당히 현대적인 인물입니다. 하지만 어색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아, 그리고 등장하는 매 장면마다 사랑스러운 나머지 저도 모르게 실실 웃음이 나오게 만들어요. 캐릭터의 매력이 글을 계속 읽게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장점이라 할 수 있지요.

 

2. 묵호=저승차사=민훈 도령

(몇 편만 지나면 바로 밝혀지는 사실이니 굳이 스포일러 처리는 하지 않겠습니다)

솔이와 함께 이야기의 중요한 축을 맡고 있는 민훈 도령은 부귀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그 스스로도 능력이 출중하지만, 동란 중에 여동생을 잃은 아픔과 칼을 쓸 수 없을 만큼 심하게 다친 오른팔 때문에 삐뚤어진 인물입니다. 누구의 명을 받고 움직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여전히 벼슬살이를 하면서 뒤가 구린 인물들을 정탐하고 다니는 듯합니다.

솔이와는 처음부터 좋지 않게 만났고 계속 툭탁거리지만 그러면서도 가랑비에 옷 젖듯이 마음이 점점 이끌리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얽히지 않으려고 애는 쓰는 듯싶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일이 꼬여버립니다. 심지어 두 번 다시 만나지 말자고 칼 같이 잘라내기까지 했는데 바로 그 다음에…저는 나중에 민훈 도령이 꼭! 반드시! 솔이가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3. 솔이네 옆집 오빠 현 도령

현 도령은 아직까지 집안이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성씨나 작명법, 학식이 깊은 점이나 외모 묘사 등으로 봐서는 어쩐지 왕족이 아닐까 추측만 하고 있습니다. 솔이를 괴롭히는 게 취미이지만 가끔 과보호하는 모습을 보이는 걸 보면, 진심으로 솔이를 마음에 두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현 도령이 솔이를 짓궂게 놀려먹을 때마다 참 못됐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비싯비싯 웃음이 솟아납니다. 그러나 이야기의 제목도 그렇고 전개도 그렇고, 현 도령은 서브남주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할 듯싶네요…그저 눈물만…사랑은 이루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이야기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가 됩니다.

 

4. 아쉽게도, 전형적인 나머지 등장인물들

솔이를 뺀 여타 여성 등장인물들은 다소간 과격하게 말하자면 찍어낸 듯이 뻔한 인물상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호 아씨는 솔이가 아주 예쁘고 민훈 도령과 안면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대놓고 견제하고, 기생 채란은 도성 제일의 미색이면서 민훈 도령을 갈망하지만 사랑을 받지 못합니다. 덤으로 민훈 도령이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게 만드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고요…

민훈 도령네 어머님은 근엄한 듯 하면서도 의외의 순간에 의외로 귀여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이하기는 합니다만 여느 여성 어른들이 그렇듯이 시호 아씨의 못된 면을 알아채지 못합니다. 물론 시호 아씨가 워낙 연기를 잘한 덕에 깜박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겠지만요.

스포일러가 되니 상세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주된 악역으로 추정되는 인물들도 다소간 평면적입니다. 물론 클리셰는 효용성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계속 되풀이되어 쓰이는 거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참신한 특징을 부여해 줬으면 어떨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줄거리보다는 주로 인물에 집중하다보니 등장인물들에 대한 아무말 대잔치가 되어 버렸네요…각설하고, 작가님께서 이제 1/3 정도 진행되었다고 언급하셨는데 앞으로의 전개는 지금보다도 더욱 기대가 됩니다. 부디 힘을 내셔서 조금만 더 자주 와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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