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돌아보고 오는 여행 상품’이라는 아이디어도 좋았는데, 그 상품이 이혼을 결심한 부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가 너무 현실적이어서 흥미로웠습니다. 흐름 자체도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이 여러 대사와 배경 서술로 풀어내 주셔서 그 현장이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건 독자가 굉장히 몰입해서 읽기 좋도록 글을 쓰신 덕분에 그런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글을 쭉 따라 읽어가면서, 현실의 제가 현재 하고 있는 사랑이 시작되었던 그 장면은 어땠는지 괜히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리고 그들처럼 과거로 간 여행객 중 제 시간에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작가님은 과거를 보고 온 부부의 이야기를 현실 로맨스 느낌으로 차분하게 표현해주셨지만, 저 문장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만약 현재로 돌아오지 못한 그 여행객들의 이야기였다면 이건 호러 장르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고요. 주인공 부부도, 현재로 돌아오지 못한 여행객들도 모두 과거에서 느낀 바는 똑같았을 겁니다. 그들의 과거는, 또 우리의 과거는 한없이 빛나고 아름다웠기 때문에 그 따뜻한 포근함에 계속 안겨 있고 싶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만약 더 이상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어떻게 보면 이젠 허상과 다를 바 없는 과거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그건 또 너무 무섭게 느껴지더라고요. 이 부부가 행복하려면 과거를 함께 간직한 채로 다시 현재, 그리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로 발을 내딛어야만 한다는 메시지가 글 깊은 곳에서 다가왔습니다.
괜히 생각에 잠겨서 주절주절 이야기를 끄적인 것 같네요. 이렇게 어떤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글은 언제나 좋은 것 같습니다. 읽을 때는 따뜻하고 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만, 다 읽고 나서 곱씹어보면 또 진지하게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