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던 다른 시선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샘과 댄 이야기 (작가: 이규현, 작품정보)
리뷰어: Julio, 22년 7월, 조회 29

샘과 댄은 같은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라보고 있는 같은 풍경과 달리 각자의 생각은 달랐다. 댄은 숲으로 넘어 갈 생각을 했고 그 너머에서 만날 늑대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반면 샘은 숲 너머로 가면 늑대에게 먹힐거라 생각했다. 숲 너머에 대한 생각 뿐 아니라 부모한테 물려받은 땅에 대한 생각도 달랐다.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샘과 달리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댄. 정해진 규칙에 갇혀 사는 샘, 느슨해도 괜찮다고 넘기는 댄.

그들이 바라본 2번째 노을 그리고 댄의 꿈. 숲을 넘어 늑대에게 물릴 것이라는 샘의 예상과 달리 서로를 바라 본 댄과 늑대. 그 이야기 이후 두 사람은 더이상 언덕에 오르지도 않고 거리가 멀어졌다. 며칠 후 실종된 댄. 래쉬를 믿고 자초지종을 설명한 샘이었지만 래쉬의 배신으로 마을에서 범죄자 취급. 댄이 떠난 후에야 깨닫게 된 샘 자신과 댄의 가감없는 마음과 감정들.

당신이 댄을 잊었던 순간부터 당신은 당신을 지운 거에요

이 말을 들은 샘은 아마 댄과 함께 첫 노을을 본 순간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관심없던 그 노을을 함께 바라보는 순간을 그리면서… 자신과 다른 의견, 생각을 내비추던 댄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지 못했다는 후회와 함께. 샘이 말한 것처럼 샘은 댄을 보며 위안을 삼을 뿐이었다. 모든 상황에서 댄보다 낫다고 자만하고, 떠난다는 말에 그를 걱정하는 척 실은 본인을 위해 만류하고, 비겁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태연한 척하며 누구보다 그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 위안은 사실 스스로를 속이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숲에 넘어가면 늑대에게 잡힐텐데 왜 넘어가려고 하는 거야? 샘은 사실 숲에 넘어가본 적이 없기에 늑대가 공격을 할지, 댄의 꿈속처럼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지 알 수 없다. 남들이 임의로 정해놓은 현실이 진짜라고 믿고 자신 스스로 판단하지 않는다. 땅이 주어지면 당연히 좋은건데 왜지? 땅을 물려받았지만 실질적으로 그 땅에서 제대로 할 수 없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 마을 장로인 고그의 권력 울타리 안에서 마지막 잎새 같은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떠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후의 상황을 샘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을 거다. 자신의 위치가 낮아지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라는 것. 관습에 대한 샘의 믿음을 바탕으로 그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어쪄면 댄이 같이 숲에 가자고 할까봐, 숲에 가 늑대에게 공격을 당할까봐 두려웠을 수도 있으니. 어떤 이유라도 떠난다는 그의 말에 진심으로 대응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진심으로 그를 걱정했다면 눈치를 보기보다, 한마디라도 더 건네는 그런 따뜻함이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한마디 한마디 나눴는데도 댄이 확고하다면 같이 가자고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래쉬가 찾아왔을 때도 그는 비겁했다. 래쉬에게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다는 듯 털어놓고 래쉬가 고그에게 그 이야기를 전하자, 내가 알고 있는 댄은 너가 말하는 댄과 다르다고 속에 새겼다. 그렇게 잘 알면 좀 더 마음을 써주지, 대체 왜 자신의 체면만 챙겼던건지.

이렇게 차츰 샘은 자신의 그림자에 숨으며 댄을 점점 잊고 있었다.

하지만 댄은 그와 달랐다. 그의 편지에는 샘을 생각하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샘의 반응에 차마 직접 말하지는 못했지만, 부모에게 물려받은 땅이 선물이라고 느껴지기는 어려웠다는 솔직함이 드러났다. 샘의 풍족함을 시기하기보다 샘의 풍족함과 댄 스스로의 부족함 사이의 공통점을 찾았다. 향나무 아래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그때 나눴던 이야기에서 어딘가 닮은 서로를 발견했다며. 그 숲속 너머를 유쾌하게 생각하게 할 부족했던 삶이 이제야 선물로 느껴짐을 덧붙이면서.

자신의 그림자에 계속 숨어지내다가 문 밖에 들리는 목소리로 인해 그 그림자에서 벗어난 샘은 문득 댄의 시선이 궁금해졌다. 그 시선을 쫓아간 샘은 비로소 그의 눈높이를 이해하게 되고…. (결말은 직접 확인하세요!!)

관계를 형성하기 전 각자의 삶이 정말 너무나 다채롭게 다르기에 관계를 유지해나가고 개선시켜나가는 것이 참 중요하면서도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한 공통점으로 시작된 관계였지만 다른 것들이 어긋나기 시작하는 시점이 꼭 찾아오기 마련이다. 특히 한 사람에게 큰 변화가 있을 때 그 시점이 크고 빠르게 다가온다. 모솔인 친구가 첫 남친을 사귀어 친구 사이가 소홀해졌다는 이야기, 취준생 둘 중 한 명만 취업에 성공했을 때 박탈감에 멀리하게 된다는 이야기, 대학교 진학에 실패한 친구가 비참함에 연락을 끊는다는 이야기 등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만큼 언제라도 우리 스스로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평소대로 했는데 왜 그러지? 라는 태도는 그런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상황이 그렇게 크게 변화했는데 그에 따른 태도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 때 서로에 대한 인식, 이해가 정말 큰 역할을 한다. 세월이 가져다주는 상대에 대한 정보가 무조건적으로 옳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최근의 내 모습을 10년지기 친구보다 6개월 친구가 더 잘 알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관계란 딱 떨어지고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정말 수만가지의 변수를 가지고 있다. 섣불리 내가 그 친구를 잘 안다고 자부하거나, 내가 그보다 낫다고 단정짓지 말아야한다.

마치 내가 이 사람을 모르고 있었던 것처럼 좀 더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게 좋지 않을까. 처음 친구를 사귈 때를 생각해보자. 특히 내가 사귀고 싶은 친구라면 그 친구의 행동, 말을 유심히 보고 괜히 나도 조심스러워진다. 익숙함에 속아 배려를 놓치지 말자. 상황이 바뀐 친구는 우리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말 그 처음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는 아니라 최악은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악을 면한다는 건 최선과 동치가 아니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아니면 이 소설의 샘처럼 될 수 있다고 이 소설은 경고한다.

같은 풍경을 보고 있었지만 시선의 높이가 너무 달랐던 그들, 결국 둘만의 마무리도 못한 채 멀어지게 된다. 무조건적으로 한 사람이 시선의 높이를 조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시선의 높이가 높은 사람은 조금 낮게, 시선의 높이가 낮은 사람은 조금 높게 조절해 중간 지점에서 만나기를 바란다. 모든 인간관계는 그 중간 지점을 계속적으로 찾아가고 수정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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