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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계약하여 젊음과 부와 명성을 얻는다는 이야기는 괴테의 파우스트에서부터 나오는 이야기죠.
물론 천년공작은 파우스트가 아니고 작중의 악마는 메피스토펠레스가 아니지만,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을 내어주고, 그로 인해 힘을 가지는 이야기.
하지만 이 소설은 보다 로맨틱합니다. 위의 요소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제인에어나 레베카 등의 고전 고딕 로맨스 소설의 전개를 따르고 있어요. (저는 읽으면서 타 판타지 로맨스 소설 보다는 이 쪽이 더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런 만큼 천년공작은 주인공인 클로엘에게 사랑에 빠져버리고, 그녀를 위해 심장을 내어주고 시간을 돌려 그녀의 운명을 바꿉니다.
그리고 모든 걸 알게된 클로엘은 그녀의 손으로 천년공작의 마지막 심장을 댓가로 받아갈 악마를 죽이게 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사랑스러운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겠지만, 이 소설은 마지막까지 저를 놓아주지 않았어요.
천년공작은 영생을 살겠지만 클로엘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리하여 클로엘은 환생한 이후에도 영원히 그의 곁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게 됩니다.
아, 여기서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만약 환생한 클로엘이 공작을 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공작은 자신을 사랑했던 ‘예전의’ 클로엘에게 사로잡혀버렸네요. 그녀의 시간은 멈췄음에도 불구하고요.
‘환생한’ 클로엘은 분명 다른 사람이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움직여야할 텐데 그 시간을 강제로 자신에게 종속시켜버렸어요.
뮤지컬 한편을 본 느낌이에요. 그 중에서도 액터-뮤지션 뮤지컬.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전부 악기 하나씩 쥐어 들고 노래하면서 연주해야 할 것 같아요.
로맨스판타지의 법칙 및 클리셰를 가지고 굉장히 희곡적으로 이야기가 풀려나갑니다.
특히 밤에 여러 생물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부분요. 이런 연출 웹소설에는 대개 없지않나요?
희곡같은 곳에서는 앙상블 들이 이런식으로 이야기 풀어나가는거 많이 봤었지만요.(그러면서 이어지는 합창)
읽는 내내 머리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뛰어놀면서 노래하는 경험을 했네요.
아직 읽어보지 않은 분들은 한번 읽어보셔서 등장인물들이 토해내는 말 하나하나가 환상적인 경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