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달려가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폐가 (작가: 유우주, 작품정보)
리뷰어: 피오나79, 17년 6월, 조회 70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두려운 경험이 하나쯤은 있다. 폭행을 당했던 일이라던지, 귀신을 본 일,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을 한 일 같은.

그런 경험들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지워지지 않고 트라우마처럼 남는다. 그날, 그 기억에 대한 두려움과 무서움이 선연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동네에 있었던 폐가라던가, 유령이 나오는 집이라던가, 초등학생이 그린 무서운 그림 등은 공포 영화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법하고, 공포라는 감정을 공감하기에도 매우 쉬운 소재이니 말이다. 익숙하다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이런 소재를 사용한다면, 전형적인 공식을 충실히 따르거나, 그것을 벗어나는 한방의 반전이 있거나, 그래야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이 작품 <폐가>는 짧지만 장르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고, 반전 자체의 충격보다는 그것에 이르는 과정을 촘촘하게 묘사해 재미를 주고 있다.

 
힘 있는 집안의 아들인 민우는 안하무인이다. 아이들을 괴롭히고, 선생님들에게 반말을 하거나 야한 농담을 지껄여도 학교 측에서도 손을 쓰지 못할 정도이니 무서울 게 뭐가 있으랴. 민우는 그날도 정석이를 발로 걷어차고 심하다 싶을 정도로 때리지만, 다들 잘못된 행동인 걸 알면서도 눈치만 보며 누구 하나 나서지 않는다. 민우와 초등학교 동창이자 학생회장인 진성이만 유일하게 나서서 말린다. 진성이는 등하교길에 지나쳐야 하는 폐가 앞을 지나가기가 늘 오싹했는데, 선욱이를 만나 그 길을 함께 다니면서 가까워진다. 몇 주 동안 민우 패거리가 정석이를 괴롭힌 결과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되고, 담인의 명령에 진성과 선욱은 정석이의 집에 찾아가게 된다. 을씨년스런 분위기의 집, 음산한 초인종 소리, 어딘가 어두운 정석이의 엄마, 진성은 그곳에서 우연히 발견한 앨범으로 정석이도 그들과 같은 초등학교, 같은 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당시에 오싹했던 그림 한 장을 다시 떠올린다. 소름끼치는 두 쌍의 원이 그려져 있던 까만 바탕의 그림.

 

사실 집안 좋은 아이가 힘없는 약자를 괴롭히고, 다른 아이들은 그걸 보고도 못본체 묵인하고, 모범생 주인공은 정의감에 그 폭행을 말리려고 한다. 스토리 자체만 보자면 상당히 전형적이고 평범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이야기임에도 쉬지 않고 끝까지 달려가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스멀스멀 피어나는 공포의 분위기도 그럴 듯하고, 폐가에 얽힌 비밀과 네 친구 사이에 숨겨진 관계에 대한 그것도 매우 흥미로웠다. 후반부 진성이 폐가에서 감춰졌던 진실을 발견하는 장면은 굉장히 오싹하고 몰입감도 뛰어났다. 시종일관 1인칭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막판에 3인칭으로 전환되어 사족처럼 과거를 설명해주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이런 방식 또한 스릴러 장르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방식이라 나쁘진 않았다. 설명되지 않은 결론을 남겨둔 채로 여운을 즐기거나, 완벽하게 해소된 미스터리로 퍼즐을 풀거나, 그건 독자의 선택이 아니라 작가의 고유 권한이기도 할테니 말이다. 유우주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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