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아동문학의 기틀을 닦았다고 평가받는 안데르센은 사실 다방면에 걸쳐 활동한 문학가였다. 『 미운오리새끼 』,『 인어공주 』, 『 성냥팔이소녀 』 등 빛나는 그의 동화 작품들은 그의 수많은 작품들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시와 소설, 기행문을 남겼고 작가이기 이전 연기자를 꿈꿨던 자신의 청년시절을 대변하듯 극작가로서의 성공을 꿈꿨다. 안데르센이 자신의 작품들이 아동문학으로만 인식되는 것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일화는 유명하다. 말년에 자신이 아이들과 함께 있는 동상을 세우려는 사람들에게 안데르센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나는 한번도 아이를 내 등에 태우거나 무릎 위에 올려 놓은 적이 없다. 내가 쓴 이야기들은 어린이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어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은 단지 내 이야기의 표면만을 이해할 수 있으며, 성숙한 어른이 되어서야 온전히 내 작품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오늘날 그의 모국 덴마크에 있는 안데르센 동상들은 모두 오롯이 그 혼자만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동화를 단순하게 정의한다면 동심을 바탕으로 어린이를 위하여 지은 산문문학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동화를 광범위하게 본다면 동화가 지향하는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를 넘어 인간 보편의 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여 인생의 의미를 전달하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는 이런 광범위한 동화의 정의에 부합하는 것이다. 안데르센이 아동문학가라는 평가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이유도 동화의 의미를 좁게 보는 당대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 가슴에 나무를 심는 남자 』의 장르를 구분한다면 나는 판타지 보다는 동화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본 리뷰는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을 위한 동화, 즉, 광범위한 의미의 동화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작성해보고자 한다.
동화 구성의 3요소를 꼽는다면 나는 주제 (Theme), 구성 (Composition), 문체 (Style)라고 생각한다. 주제 (Theme)는 작품의 중심사상을 의미한다. 동화의 주제는 자연의 아름다움, 삶의 즐거움, 사랑과 우정, 인내와 노력 등 다양하지만 분명한 것은 독자들에게 교훈적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주제들은 전달하는 메시지가 명확해야 하지만 직접적으로 드러나기 보다는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간접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 가슴에 나무를 심는 남자 』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결한 편이다.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에 대해 감사하고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지혜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행복은 체감되지 못하고결국 탐욕으로 변질된다는 것, 이것이 본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하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좀 아쉽게 느껴졌다. 우리가 생텍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를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칭하는 이유는 아름답고 간결한 서사 속에 녹아져 있는 상징과 은유 때문이 아닐까? 풍부한 상징과 은유로 정서적 교감과 인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표현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구성 (Composition)이란 주제를 이야기로 전개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등장인물과 배경, 사건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인물은 구성에 있어 핵심적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물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중심인 동시에 독자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생동감을 가진 주인공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본 작품의 인물들에게서는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상징적 의미를 가진 것도 아니어서 약간의 아쉬움이 들었다. 펠릭스 (Felix)는 라틴어로 ‘행복‘ 혹은 ‘행운‘을 의미하는 단어이고, 그리드 (Greed)는 ‘탐욕‘과 ‘욕심‘을 의미하는 영단어인데, 이러한 어원적인 의미 그대로를 인물화하여 단조로운 느낌이 들었다. 엽편동화이기 때문에 사건과 배경에 대한 구체적 진술이나 전개가 부족하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엽편동화에서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등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이야기가 너무 짧아서 이야기 전개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킨 측면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문체 (Style)는 작가의 사상이나 개성이 문장으로 표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동화가 갖추어야 문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문장의 길이가 짧고 문장구조가 단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동화는 태생적, 숙명적으로 독자에 대한 배려를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표준어와 바른 표기를 지켜야 한다. 본 작품은 동화가 갖추어야 할 이와 같은 문체의 특징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어린이 독자를 고려한 짧고 단순한 문장, 표준어와 바른 표기는 작품의 주제를 돋보이게 해준다. 화려한 문체는 오히려 작품의 설득력과 진정성을 떨어뜨리게 만드는 주요인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작가의 개성이 표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오랜만에 메시지가 간명한 한편의 좋은 엽편동화를 만난것 같아 좋았다. 하지만 이 작품의 단점도 “엽편“이라는 작품의 분량에 있다고 생각한다. 주제를 이야기로 전개해나가는 과정에서 인물과 사건, 배경을 구성하고 독특한 문체로 개성을 표출하는 것 이 모두가 엽편이라는 한계로 인해 사장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 가슴에 나무를 심는 남자 』의 한 사람의 독자이자 팬으로서 앞으로 보완을 통해 엽편이 아닌 멋진 단편동화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