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고 있다!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인류 문명 최후의 순간에 지식의 등대는 빛나고 있을까? (작가: 김현욱, 작품정보)
리뷰어: 주디, 22년 1월, 조회 39

명절을 앞두고 김현욱 작가님의 <인류 문명 최후의 순간에 지식의 등대는 빛나고 있을까?를 읽었습니다. 웃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주인공인 김영훈은 사회복무요원으로 도서관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예전에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불렸던 그들이 이제는 이름을 바꿔 사회복무요원으로 불리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여전히 그들을 자신의 아랫사람마냥 부리기 일쑤인가 봅니다. 그의 단조롭고도 고단한 일상은 여기저기서 보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도서관이 안성맞춤이겠지만 책을 좋아하지 않는 이라면 도서관이 마냥 따분한 곳이겠지요. 주인공인 영훈은 후자에 해당합니다.

사사건건 그에게 간섭하는 강과장과 상호대차 서비스 때문에 차를 몰고 다시는 윤씨 아저씨가 저에게 말을 보탭니다. 그들에게는 그저 하나의 말을 보태는 거지만 그에게는 이야기가 귀에 들리지 않는 쓰레기와 같은 말로 들리거든요. 도서관에서 복무하면서 생수통을 꽂고, 반납된 책을 다시 제자리에 꽂는 일을 반복적으로 합니다.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일을 반복하는 일상에 재미도 즐거움도 없기에 그는 잠을 청하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반복적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일상 속에서 중간중간 강남역에서 좀비가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바람처럼 곁들여집니다. 마치 남의 일인 것 마냥 조용한 도서관의 열람실은 그저 사락사락 종이를 넘기는 일에 집중을 하는 곳이니까요. 자습실이나 미디어실은 각자 공부와 영상을 보기 바쁜 이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라면 열람실은 중년의 아저씨들이나 아줌마들이 책을 읽거나 잡지, 신문을 살피러 오는 이들이 많고, 학구열이 있는 할아버지들이 자리를 잡고 책의 삼매경에 빠집니다.

글을 읽을 때마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 했던 경험이 떠올라 영훈의 관점으로 쓰여진 이 이야기를 재밌게 읽었습니다. 실제로 도서관에 오신 고령의 할아버지와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고, 사회복무요원들이 배치되어 일했었기에 더 실감이 나네요. 단조로운 일상에 돌을 던지듯 바람 결에 실려온 그 문제가 영훈의 도서관까지 진입을 하게 됩니다. 평소에는 큰 소리를 쳤던 이들이 막상 위기에 닥쳤을 때는 어떤 행동을 하며 도서관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이들은 과연 어떤 이들이 펼쳐질지..

평소에는 좀비를 좋아하지 않아 좀비 관련된 책이나 영상을 읽지 않는데 이 글은 잔잔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글이라 좀비가 유용하게 쓰이네요. 한 번쯤 상상할 수 있는 글이라 더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처음부터 이 글은 좀비물이다 하면 글을 안 읽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책의 한 페이지인지 아니면 영훈이 상상했을 ‘꿈’의 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간 속의 영훈은 초반의 무력한 사회복무요원이 아닌 진취적인 모습으로 바뀌는 것이 이 글의 매력이 아닌가 싶네요.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