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한 크리스마스 이야기 공모(감상)

대상작품: 붉고 차가운 크리스마스 (작가: 녹차빙수, 작품정보)
리뷰어: 주디, 22년 1월, 조회 31

녹차빙수님의 <붉고 차가운 크리스마스>는 제목과 어울리는 붉은 잔상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입니다. 크리스마스하면 뭔가 들뜬 연말을 떠올리거나 포근한 하루를 그리게 되는데 이 작품에서는 눈이 폴폴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일상처럼 분위기가 잔잔하게 흐르고 있어요. 사실 예전에는 크리스마스 하면 좋은 일이 일어날 것도 같고, 흥얼흥얼 흘러나오는 캐롤송에 마음을 빼았겼다면, 요즘은 그저 차분하게 하루를 보내곤 하는데 작품 속 인물은 동요되는 것 없이 지나가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좋았습니다.

 

주인공의 평온한 시간에 돌을 던지는 사람은 주인공의 여동생입니다. 눈이 오면 눈 사람을 만들어 달라고 하고, 방둑길에 산책을 나가서 있다 보면 넘어간 공을 주워 달라고 하면서 소녀의 오빠는 시선을 돌리게 되요. 항상 시발점은 여동생의 ‘말’입니다. 귀찮아도 어떻게든 동작을 취해주거나 느끼게 되거든요. 주인공의 수동적인 모습이 자주 노출되기도 하고, 어쩐지 눈 내리는 것이 좋은 ‘징조’가 아니라 사건의 첫걸음인 것처럼 기후문제를 그려내고 있어요.

 

인트로는 좋지만 점점 전문성이 가미된 이야기는 현실과 미래를 오가듯 줄타기를 하고 있지만 어쩐지 이야기를 느끼기 보다는 어렵게 느껴집니다.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정보’를 중심으로 한 인물의 목소리를 통해서 상황을 독자에게 주입시키는 것 같거든요. 이야기는 생각하는 것과 달리 다른 이야기로 점점 이어져 나가고 있는 것 같지만 그가 불길하게 느낀 그 눈에 다시 주목을 하게 되요. 오빠와 여동생의 이야기는 시작과 끝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오빠와 여동생이 등장하는 처음과 마지막이 더 작가님의 이야기 같아요. 중간에 나오는 시체와 세포, 노숙자의 이야기는 조금 더 다른방향으로 풀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또다른 오싹한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읽은 것 같아 기분이 싸한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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