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현실적이라 소름이 돋는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붉은 망태 (작가: 일월명,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22년 1월, 조회 122

글을 읽으며 느낄 수 있는 공포는 여러 종류가 있을 겁니다. 어느 순간 뒷덜미가 서늘해지는 느낌이라던가, 마지막 한 문장을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게 되는 소름끼치는 반전의 짜릿함도 공포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줍니다.

일월명 작가님의 [붉은 망태]의 경우 다 읽고 나면 가슴 한 구석이 갑갑해지는 먹먹한 공포감을 안겨주네요. 사실 이 작품의 경우 어느 정도 주인공의 상황에 공감이 가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아이를 가진 맞벌이 부부(저군요..)가 아니라 하더라도 작품이 주는 저릿저릿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치들이 곳곳에 묻혀 있습니다.

아무리 아이를 사랑한다 해도 살면서 한 번 정도는 이 아이가 내 인생의 사다리를 한 칸씩 부러뜨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순간을 겪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현실이 팍팍하고 주위에서는 잘 되면 질투하고 안 되면 비웃는 시선들만 가득한 것 같은 아주 더러운 기분이 들 때면 내가 사랑하던 모든 것들이 내 어깨 위의 짐으로 보이게 됩니다.

엄마는 힘들게 얻은 아이가 귀하고 사랑스럽지만 사회인으로서의 자신의 발걸음 또한 지키고 싶어 합니다. 모든 이야기가 그렇지만 어찌어찌 짜 맞춰 놓은 계획들은 타인의 조건과 상황에 의해 너무나 쉽게 어긋나 버리고, 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망태 할아범의 질문에 대답을 해버리고 맙니다.

안부 인사처럼 쉽게 나온 그녀의 대답에서 엄마이자 아내, 인간으로 살아가는 팍팍함이 제 머리 속에 콕콕 박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팍팍함이 우리를 흔들리게 하고 맘에 없는 말을 하게 합니다. 그리고 후회하지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보면서 재미있었던 점은 굉장히 시니컬한 제목과는 달리 생명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곳곳에 담겨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어떨까요? 일월명 작가님은 비틀거리는 엄마와 아이에게 어떤 결말을 주셨을까요?

‘손이 많이 가는 아이’라는 말을 이제는 멋쩍게 웃으며 넘길 수 있지만, 예전에는 그 말 한마디에 상처 받고 밤새 답이 없는 고민을 하던 멍청한 아빠였던 저는 이 글을 다 읽고 나니 손바닥이 땀으로 흠뻑 젖었더군요.

세상 모든 엄마 아빠와 그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서 이 작품을 독자 여러분들께 권해드립니다.

처음엔 ‘일월명 작가님의 스타일은 아닌데?’ 하는 생각으로 읽었는데 읽고 나니 역시 좋은 작가는 장르나 스타일을 가리지 않는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됩니다. 조금 무겁지만 재미있는 단편 소설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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