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어진 이야기를 보는 재미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한 알의 밀로 죽다 (작가: 장한림,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21년 12월, 조회 42

성경의 유명한 구절을 인용한 제목이 인상적인 이 작품은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분위기가 있는 중편 소설입니다.

솔직히 약간 김이 빠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거든요.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땐 괜찮은 발단과 전개 부분에 만족하면서 ‘괜찮은 범죄 스릴러물이구만.’ 하는 생각으로 보다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아, 본격 범죄물보다는 로맨스릴러에 가깝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작품은 장르적인 아쉬움을 이야기의 힘으로 덮어버렸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초반부터 쭉 이어지던 긴장감이 중반부터 약간 풀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후가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현주를 향한 마음을 놓지 못 하는 심리라던가 순수한 마음을 가진 윤아를 만나 마음을 주면서도 방황하는 이야기는 사실 굉장히 재미있었지만, 범죄 스릴러물을 기대하면서 읽다가 어느 순간 장르가 바뀐 것 같아서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이야기의 구성은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를 설명해주는 구조로 이어져 있습니다. 범죄물이 재미있는 이유는 ‘누가’ 나 ‘왜’ 보다는 ‘어떻게’ 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범죄가 벌어지는 과정과 그걸 쫓는 과정을 보는 현장감과 긴장감이 범죄 스릴러물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왜’ 에 분량이 집중되어 있어서 ‘어떻게’ 를 기대하며 본 저는 약간 실망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왜’ 가 상당히 재미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최근에 몇 편의 로맨스물을 읽으면서 사랑 앞에서 멍청이가 되는 사람들의 심리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는데, 이 작품에서도 이성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놈의 사랑에 가슴을 졸이면서 때로는 답답함에 가슴을 치면서도 다음 편을 바로 읽게 되네요.

장르적인 기대로 접근을 하시면 만족감이 조금 떨어질 수도 있는 장편 소설입니다만, 장르를 잠시 잊고 이야기에 집중해서 보시면 상당히 즐거운 시간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읽으면서 피로감을 느낄 새가 없을 정도로 이야기의 맺고 끊음이 확실합니다. 이 이야기를 쓰시기에 가장 완벽한 분량을 작가님이 찾아내신 것 같아요. 많은 교정과 고민이 담겨 있지 않을까 감히 추측해 봅니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면서 응원과 건필 기원 남기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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