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종교를 믿지 않아도 12월의 빨간글씨인 크리스마스는 기다리곤 합니다.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연말의 분위기가 싸하다 보니 집콕을 하면서 조용히 지냈지만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산타는 로망이 아닌가 싶어요. 어렸을 때 이미 부모님께서 일깨워주시는 덕분에 금방 알아차렸지만 저는 지금도 산타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해의 마지막 달에 그런 상상력 마저 없다면 한 해의 마지막이 무지막지하게 쓸쓸할 것 같거든요. 현실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심을 갖고 사는 것도 좋기에 늘, 산타의 존재를 믿고 살아갑니다.
이일경 작가님의 <나쁜 아이>는 나비효과를 생각나게 하는 작품입니다. 자신의 집에 산타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아이입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왜 아이는 산타를 기다리지 않을까요? 산타 할아버지가 다가와 자신이 갖고자 하는 것들을 주는 즐거움을 그는 버리려하고 있네요. 그는 이유에 대해 급 고백을 합니다. 자신의 죄에 대해서.
아이의 죄는 단순하지 않아요. 꼬마 아이들의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고, 곧 생명을 앗아가 버렸거든요. 아이의 죄는 아이가 단순히 나쁜 마음을 먹어서 그런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그가 은밀히 건네오는 이야기가 묵직하게 마음을 뺏어가네요.
아이의 죄는 어른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시작됩니다. 산타 할아버지 이야기가 이렇게 정의 될 수 있다니. 아이에게는 12월의 빨간 날이 고통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아빠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이어진 끈들이 완전히 꼬이기 시작하고 이내 그 끈을 끊고자 아이의 엄마는 또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아주 하드하게 말이지요. 아이는 보지 못한는 것 같아도 조용한 눈으로 그들의 공백들을 마치 본능처럼 알아차리기 시작해요. 그리고 자신이 겪는 생채기를 표현해 냅니다. 그것이 아이에게 또다른 주홍글씨를 찍게되고 급기야 사람들은 아이를 ‘괴물’이라고 칭하게 되요.
아이의 트라우마는 시간이 지나 없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일경 작가님의 <나쁜 아이>는 연말을 맞이하는 독자들에게 왜 아이가 ‘산타’를 원하지 않는지에 대한 자그마한 호기심으로부터 이야기를 접근하게 만듭니다. 누구나 다 좋아할 것 같은 등장인물을 거부하는 아이라니.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작품을 읽다가 이내 이 이야기가 극히 밝은 이야기가 아니구나 하는 것을 독자는 알게 됩니다. 고속도로의 길을 들어서 이제는 앞만 가야하는 자동차처럼 작품은 더 깊은 어둠을 이야기하며 펼쳐나가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입니다.
짧지만 묵직한 이야기가 깔끔하면서도 묘한 작품입니다. 안 읽어보신 독자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