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이 막바지에 다다르는 지금, 재미있는 좀비물 한 편을 만나서 독자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바야흐로 위드좀비]는 최근의 상황들에 좀비 이야기를 잘 끼워 넣은 리얼 좀비물이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좀비물의 시작은 항상 같지만 절대 질리지 않지요. 언젠가 그들이 갑자기 나타났노라.
그러나 이젠 팬데믹에 익숙해진 시대, 치료제에 백신까지 나오고(효과는 불분명하지만요) 좀비 또한 공격성과 인지 회복력에 따라 등급이 매겨집니다. 작품의 주인공인 영은씨는 좀비가 창궐하는 시대에 남편과 아이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건 좀비가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은씨는 좀비를 통해 가족을 앗아간 악인에게 복수까지 해냅니다. 그러고보니 작가님이 그려낸 시대는 지금과 너무나 똑같습니다. 그냥 좀비라는 추가 요소가 하나 덧붙여진 종말의 한 버전 같습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돌아보니 기분이 더 묘합니다.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시대를 우리는 맞이하고 있습니다. 감염자는 격리되고, 백신의 효과는 불확실합니다. 팬데믹의 불안을 타고 온 세상에서 타인을 향한 혐오가 끝없이 생산되고 있지요.
이게 좀비의 시대와 뭐가 다른가 싶습니다. 이유없는 폭력에 아들을 잃은 영은씨나 손님의 갑질로 가족을 잃은 자영업자는 이미 좀비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삶의 의미를 잃고 그저 먹고 사는 사람은 공격성이 조금 덜한 좀비라 할 수도 있겠지요. 이 작품을 읽고 나니 이 세상은 이미 종말에 성큼 다가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뒷덜미가 서늘합니다.
조금 평이한 주제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에 작가님의 위트와 깨알같은 재미 요소로 양념을 한 후 최근의 사회 문제를 너무 무겁지 않게 절 버무리니 멋진 작품이 한 편 나온 것 같습니다. 최근 읽은 좀비물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삼키듯 읽은 작품이라 독자 여러분들께도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