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이기도 하고 올해 브릿G에서 읽는 마지막 소설이기도 해서, 무거운 작품보다는 기분 전환이 되는 가벼운 소설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제목에서 명랑하고 활기찬 느낌이 드는 이 소설을 선택했고, 예상대로 순식간에 휘리릭 읽어버렸는데, 리뷰를 쓰려고 다시 생각해 보니 쉽게 읽힌다고 해서 가벼운 소설은 아닌 것 같다.
개를 매우 좋아하는 지수는 어릴 때부터 반려견을 키우고 싶었지만 집안 사정으로 인해 키울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반려견 영상을 보면서 대리만족하다가, 직장인이 되고 독립을 한 후 마침내 반려견을 키울 여건을 마련했다. 하지만 그 즉시 반려견을 키울 수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개를 매우 싫어하는 지수의 남자친구 형태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후 어떤 사건으로 인해 둘은 헤어지게 되고, 싱글이 된 지수는 이제 진짜 반려견을 들이겠다고 결심하고 지인의 소개를 받아 경기도의 한 펫숍을 방문한다.
이 소설은 반려동물을 들일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두 가지 요소를 담고 있다. 첫 번째는 물질적 기반이다.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려면 먹을 것과 잘 곳이 필요하듯이, 반려동물도 살려면 음식과 집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수는 필사적으로 공부하고 취직해서 반려견과 함께 살 집을 마련하고 반려견을 먹이고 보살피는 데 필요한 경제력을 확보한다. 그런데 지수가 미처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개를 매우 싫어하는 최측근의 존재다.
누구에게나 취향이 있으니 개를 좋아할 수도 있고 안 좋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수의 남자친구 형태의 개에 대한 혐오는 취향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몰라서 묻냐? 개새끼는 말을 안 들어.”라는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형태는 단순히 개를 덜 좋아하거나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개의 ‘말을 듣지 않는 속성’, 정확히는 자신이 개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싫어한다. 그런데 그런 상황은 누구나 싫어하기 마련이고, 싫어도 예의상 그런 기색을 감추거나 노력으로 극복하는 사람도 있으니, 형태의 혐오는 자기통제의 부족, 자기 우월감의 발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최측근이라면 개와 사람 모두에게 해로우니 멀리 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니 지수에게 물질적 기반만큼 필요했던, 반려동물을 들일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두 번째 요소는 정신적 가치이다. “세상에 나쁜 아이는 없어요. 다 가르치면 착해져요.”라는 펫숍 주인의 말처럼, 모든 생명을 존귀하게 여기고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며 서로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이해심과 배려심.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가지지 못한 사람으로부터 나와 동물을 지키는 데 필요한 분별력과 자존감. 전자밖에 없었던 지수가 후자를 갖추게 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내 주변 집사들 말대로, 인간이 동물을 기르는 게 아니라 동물이 인간을 기르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