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되어도 흐리지 않는 감상

대상작품: 우리 동네 헌책방 (작가: 유아영, 작품정보)
리뷰어: 주디, 21년 11월, 조회 21

몇일 전 문득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가 궁금해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뜬금없이 있다가도 누군가 소식을 물어다 주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어렸을 때 살았던 흔적을 찾아 헤메는 꼴이라니.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 동네는 내가 졸업을 한 후에도 변하지 않는 동네여서 친근했고, 때로는 그곳이 그대로여서 안도했다. 골목골목마다 추억이 있었고, 수백 번도 더 걸었던 계단이 정답게 느껴지기도 했다. 때때로 예전에 머리를 만졌던 곳이 그대로 있어서 여러번 방문하기도 했지만 어쩐지 집과 먼 그곳을 가기가 번거로워 몇 년 전부터 발길을 끊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웹상에서 만난 나의 동네는 변해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 살던 곳은 없어져 버렸고, 내가 다녔던 문방구, 책방, 풀방구리 드나들듯 드나들었던 슈퍼 조차도 이제는 추억의 한자락으로 흐릿하게 그려져 있었다. 모든 곳에 바리게이트가 쳐져 있고, 그곳에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된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유아영 작가님의 <우리 동네 헌책방>이야기가 찡하게 남는다.

 

눈을 감으면 절로 동네의 전경들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한데 시간을 흘러 역사의 한 페이지로 넘어간 것 같다. 오래 되어도 흐리지 않는 모습이건만. 실제로 길을 걸었더라면 더없이 쓸쓸했을 광경을 웹상에서 마주하다보니 더 마음이 쓰라렸다. 눈으로 걷는 여행이지만 어쩐지 다시는 그곳에 가고 싶지 않는 마음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헌책방의 이미지처럼 이야기는 오래 되어도 흐리지 않는 한 책에 대한 에피소드가 그려져 있다. 살까 말까 하다가 발길을 돌렸던 소설 한 부의 주인이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지. 아직도 그 책이 존재하고 있는지 주인공은 궁금해하고 있었다. 눈길을 사로 잡았던 한 권의 책에 관하여. 내가 소장했더라면 더 이상 책의 행방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있을테니까. 그러나나는 책을 구매하지 않았고, 오랜 시간 책은 그 장소에 머물러 있었다. 누군가의 책장에서. 다시 만난 그 이야기 속에서 맞물리는 단편적인 이야기가 몇 일전 느꼈던 일을 떠올리게 해 훨씬 더 감성적으로 읽게 되었다. 짧은 단편이어서 좋았지만 이야기가 더 있었더라도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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