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으로 내 심장을 저며내도 너에 대한 정념으로 차오를 만큼. 감상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모이라이의 총아 (작가: 파이드파이퍼, 작품정보)
리뷰어: 견규영, 21년 11월, 조회 105

제목 : 『모이라이의 총아』 10화 발췌

 

전작에 이어 『모이라이의 총아』 감상을 남깁니다. (약스포 있습니다)

우선 이 소설을 감상하시는 분들, 하지 않으시는 분들 다수가 짚고 가는 나이차커플에 대해. 처음부터 저어되어서, 아무리 성년에 맺어진다 해도 12살차이는 도저히……라는 분들의 뒷덜미를 잡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전생의 피폐한 망한사랑을 짊어진 후회남주의 행보+색다른 서사와 감성을 느끼기 위해 이 부분을 감안할하다고 생각합니다. 호불호요소이기도 하지만 남주 아슈라드의 고민이기도 하니까요.

 

「기껏 주어진 새로운 생을 어린애 밝힘증 변태라는 오명으로 더럽힐 수는 없었다.」

 

회귀해서 아내를 다시 만나고 비극적인 사랑과 파멸을 되돌리고 싶었는데 아내는 자신보다 12년이나 늦게 태어났다. 전생의 업보가 없었어도 힘들 판이죠.

그럼에도 독자들이 아슈라드를 응원…까진 아니라도 “너 잘해라.”하게 만드는 부분이 작품 여기저기 심겨 있습니다. 초반에 곧장 나와요.

 

아슈라드가 황실 시종으로 유년을 지내고 장교가 되어 필로메아를 다시 만나려는 시도를 하고, 신분의 벽이 있어도 적당히 수상하지 않을 만큼 친분을 쌓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래서 어쩌겠다고…….’싶고 가끔 근본론을 들먹이게 만드는, 전작의 음험한 계략냠 모먼트도 나와주고요. 그런데 필로메아가 전생의 고통을 암시하는, 아슈라드는 분명히 알 수 있는 이야기를 그것도 아무것도 모른 채 침울하게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감상이 반전됩니다. 아슈라드가 필로메아에 대한 사랑과 죄의식으로 마음이 저며지는 모습에 몰입되고, 또 현생의 필로메아가 십 대 초반 소녀이기에 아슈라드를 마상입히는 효과도 커지구요. 그리고 전작에서 그랬듯 필로메아에 대한 아슈라드의 애정을 납득하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더 지켜보게 만들어줍니다.

 

「날카롭게 날을 세운 죄책감으로 내 심장을 저며내도, 그것이 순식간에 너에 대한 정념으로 차오를 만큼.」

서평 제목에도 올렸는데 아슈라드의 이 독백을 좋아합니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한 줄이라고 생각해요. 그 죄책감과 정념 사이에서 줄을 타며 아슈라드가 필로메아에게 가는 이야기니까요. 전생에 상대의 소중한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억지로 움켜잡았던 여인에게, 3중성벽만큼 견고하고 드높은 간극을 넘어서 진정한 동반자가 되러 가는 이야기.

 

작품의 흐름과 성격, 여주와 남주의 관계성은 이런 점이 좋다고 적었는데, 또 로판에서 중요한 여주의 매력 부분도 짚고 가고 싶네요.

우선 소개글을 보고 들어오신 분들이 작품에 바랐고 좋아하실, ‘어린 황녀’의 면모가 초반에 깨알같이 톡톡 터져 나옵니다.

어리지만 높은 신분을 타고나 자라며 교육받은 사람다운 자세와, 공부하기 싫어하고 악동 같고 짓궂으며 또 사랑스러운 소녀의 모습이 잘 어우러져서 만들어진 캐릭터가 필로메아라고 생각합니다. 이 에피소드만으로도 여주에게 초반에 정들기 충분해요. 그리고 황실 일가의 티키타카도 재밌습니다. 전대 황족이 황실에 선전포고를 하며 필로메아와의 결혼(feat.황위계승 하이패스권)승인을 요구해왔을 때 황태자가 “나이가 세 배는 차이 나는 아저씨까지 꼬셔서 반란을 주도하다니 황족답구나.”라고 농담하는 것 등. 그런 피식을 유발하는 대화들이 분위기를 환기하면서 뒤의 사건으로 가는 이정표가 되기도 하고요.

 

그리고 제가 관계성이나 감정선, 서사성에 치중해서 감상을 적었지만, 전작만큼 비잔티움. 중세 후반 시대의 분위기와 현장감을 느끼기 좋은 작품이라는 점도 언급합니다. 서양 시대극 드라마 보는 것 같이요. 개인적으로 분쟁이나 정쟁, 일어나는 사건 과정에서 토대를 다지기 위해 넣은 대사나 인물들의 생각도 무척 즐겁게, 긴장감 있게 감상했어요. 계략남의 활약과 그 무대로 부족함 없었습니다. 황녀 실종사건이 정점이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시점이나 배경이동 방식과 호흡도 작가님이 잘 짜맞춰주셔서, 장편 시대물 서사를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회귀서사지만 녹록하지 않고 그래서 더 드라마틱하고, 사이다보다는 콘스탄티노폴리스 시대로 돌아가 연안의 노천식당에서 마시는 맥주 한 잔 같은 소설입니다. 남주시점 로판이나 비잔티움 배경시대물이 목마르신 분들, 또 특색 있는 회귀 로맨스물을 원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셔서 함께 즐기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언젠가 작가님이 펜을 다시 드셔서 2부를 시작하실 날이 머잖기를 바라며 서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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