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단편집이랄까. 워낙 짧으니 엽편집이라는 게 더 적절하겠다. 마치 하나의 장면을 담은 것 같은 글들은, 거기에 수반되어야 할 배경이나 캐릭터 등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뭔 얘긴가 싶기도 하고, 이게 다야? 싶은 당혹스러움을 느끼게도 한다. 뭔가 더 있었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당연히 꽤 많은 이야기가 딱히 뭔가 주제의식을 담고있거나 생각할 거리를 던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그냥 그런 이야기 그 자체로 쓰여진 것 같달까. 그런데도 그냥 그러려니.. 하며 넘기게 되는 것은, 애초에 이야기를 시작할 때 여기에 실은 것들이 쉽게 갈 수 없기에 낯선 곳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주어온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풍문이라는 것을 전제해 두기에 이야기는 대충 흘려 넘길만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그 와중에도 몇몇은 나름 뚜렷한 완결성이나 메시지를 지닌 것도 있는데, 아무래도 그것들이 더 눈에 띄고 기억에 남긴 한다. 특히 메시지를 담은 것들이 그런데, 마치 교훈을 위해 만들어진 옛우화나 비유같다는 느낌도 들어서다. 때로는 신비한 술법이 등장하기도 해 동화같은 판타지를 연상케도 하는데, 그런 점에서는 나름 제목에 부합하는 이야기였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전혀 다른 규칙으로 돌아가는 이세계를 그린 것과 같은 본격적인 판타지라기 보다는 아직 명확하게 해명되지 않았기에 그것을 판타지적으로 해석해낸 옛날 이야기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인간들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신비한 술법이나 존재도 직접 보거나 들은 것이 아니라 옛 이야기로 전해오는 것을 들은거라 전체적으로 좀 판타지의 색채가 옅다. 판타지스럽기는 하나 판타지같지는 않아 보인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는 제목이 좀 부정확한 것 같아 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