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분량 안에 굉장히 임팩트 있는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리바이어던Leviathan(레비아탄, 리워야단)’은 구약성서의 욥기에 등장하는 바다 괴물의 이름입니다. 토마스 홉스의 고전 『리바이어던』(1651)을 통해 더 널리 알려진 이름이기도 하죠. 홉스는 이 괴물의 이름을 차용하여 국가라는 세속의 신을 역설했습니다만, 이 이야기에선 괴물이라는 사실 자체가 더 중요합니다.
칠흑 같은 바다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검은 바다는 사실상 이 작품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거든요. 주인공인 서술자는 고대의 유적을 탐험하기 위해 비밀리에 배를 타고 ‘아이다 섬’으로 가고 있습니다. 야심한 시각, 저 멀리 섬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갑자기 배의 엔진이 꺼집니다. 괴물이 등장할 시점이 임박해오는 듯한 느낌과 함께 긴장감이 고조되죠.
읽으면서 러브크래프트를 떠올리게 되는 건 당연합니다. 사실상 이 장르의 핵심을 이루는 모티프는 모두 러브크래프트의 것이니까요. 고고학을 전공했다는 동료 연구원은 주인공의 옆에서 고대어를 읊조리는데, 그 내용은 누군가 잠에서 눈을 뜬다는 내용입니다. 탐험대가 이곳에 오기 전 아이다 섬의 주민이 모두 실종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와 관련된 내용일 거라는 짐작을 하게 만들죠. 이런 설정은 당연하게도 『크툴루의 부름』을 강하게 연상시킵니다. 그만큼 러브크래프트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있는 작품이라는 뜻이죠. 익숙하면서도 흥미로운 설정입니다. 과연 이 안에서 무엇을 얼마나 변주할 수 있을까요.
그 궁금증은 결말부에서 신선하고 말끔한 방식으로 해소됩니다. 그러면서도 작품 전반에 흐르는 기이하고 으스스한 톤은 끝까지 훌륭하게 유지해내죠. 리바이어던은 신들의 전쟁에서 악의 축을 담당하고 있는 괴물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악마의 숭배자도 있게 마련이지요. 고대어를 읊던 동료 연구원은 바로 그 숭배자 중 하나이고, 섬에서 실종된 주민들의 사연에 대해서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자기만의 목적을 가지고 탐험대에 합류한 것이죠. 그 목적은 마지막 장면에서 극적으로 드러납니다.
이 작품을 결정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이미지는 멀리서 바라보는 섬의 모양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둥근 언덕 모양에서 착안하여 ‘구슬섬’이란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는 아이다 섬은 날이 점차 밝아오면서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냅니다. 배는 여전히 바다 한가운데 공허하게 떠 있고, 그 안에 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충격적으로 드러나는 섬의 윤곽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뿐입니다. 섬이 어째서 언덕 모양인지, 주인공은 왜 그 섬을 덜 차오른 달 모양에 가깝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는지,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가 한꺼번에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가파르게 절정을 향해 갑니다. 바다는 끝을 알 수 없는 검은 물결로 덮여 있고, 이제 그 밑에서는 무엇이 나타날까요. 주인공의 독백이 끝난 뒤에도 아득한 상상을 쉬 멈출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