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에서 이런 작품을 볼 줄 몰랐다. 사실 장르선택에서 일부러 sf와 공포를 제외하고 선택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일반 문예지에서 볼 수 있을 만한 작품을 기대하지 않았다. 이야기 속에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벌어지고 극적으로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극적인 상황은 전혀 없다. 일상 어딘가, 누군가는 이 일을 겪고 있을 것만 같다. 시간의 흐름도 길게 가지고 가지 않는다. 단편에 맞게 한 여자의 일상을 따라가듯이 보여준다.
하지만 긴장감과 일상의 공포는 자극히 깔려 있다. 임신테스트기로 시작된 여자의 임신 갈망, 사회적 욕망이 무서울 정도로 느껴진다. 그 과정 속에서 주인공의 불안하고 강박적인 증세가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보다 현실적인 공포가 더 와닿는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정말 우리의 주변에 존재하는 공포인 것이다.
하나 아쉬운 점은 1인칭과 3인칭을 오가는 부분이 종종 보인다. 어법을 논하기엔 그렇지만, 조금 더 다듬으면 장르문학이 아니라 모든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 좋은 글이 될 것 같다. 이런 작품을 브릿지에서 더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