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무협?!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장강객잔 (작가: 이시우, 작품정보)
리뷰어: 아나르코, 17년 5월, 조회 106

어릴 적 비디오 대여점에서 영화를 고르던, 이제는 추억이라고 부를만한 기억이 있다. 며칠에 한 번씩 대여점에 들러서 비디오테이프를 두개씩 빌렸다. 하나는 신간 위주의 항상 다른 선택이었고, 하나는 항상 보던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제목의- 무협 시리즈였다. 어떻게 시작해서 그 시리즈를 봤던 것인지 기억은 없지만, 확실히 기억나는 사실은 재미에 있어서만큼은 최고였다는 점이다. 아무 생각 없이-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이라고 해야 하나?!- 흠뻑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던 기억이 난다. 신기하게도 그러고 나서 무협이라는 장르는 영화든 소설이든 일부러 찾아본 적은 없었다. 한 번 빠져들면 쉽게 나오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스스로 제어를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평소 [브릿G]에서만큼은 다양한 장르를 읽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확실히 선뜻 손이가지는 않았지만, 어떤 이유 때문이었는지 나도 모르게 <장강객잔>을 읽고 있었다. 어떤 끌림이 있었나 보다. 많은 고수들이 <장강객잔>에 몰리듯이 말이다…….

 

점심 손님이 모두 떠나가고 평온이 찾아온 객잔. 홀로 주방을 정리하던 장삼은 하나둘씩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시작한다. 만취한 주정뱅이를 시작으로 키가 크고 황색 옷을 입은 미인, 머리에 관을 쓰고 허리에 검을 찬 늙고 어린 두 명의 도사, 포박당한 죄인과 그를 끌고 들어온 거한, 그리고 그 죄인의 형제들까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객잔이 한적해야할 시간에 그들은 이곳, <장강객잔>에 모여든다.

 

장삼의 속마음과 모여든 사람들의 대화가 어우러져 이야기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객잔에 모인 이들이 사실은 저마다 고수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죄인의 패거리(?!)와 대립되는 분위기로 이어진다. 그 와중에 처음 듣는 이름의 다양한 술과 차가 등장하고, 가지 볶음 하나로 통일되어있던 음식이 주방장의 등장과 함께 다양하면서도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요리의 향으로 가득 차게 된다.

 

무협이라고는 하나 흔히 생각하듯이 붕붕 날아다니며 치열하게 무공을 겨루는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예상과는 달리 맛있는 음식과 술이나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의 연속이랄까. 물론 그 끝에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 엄청난 대결들이 숨겨져있지만…….

 

객잔이라는 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그 내용 또한 특별할 것은 없다. 어떤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빠르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작품 설명 그대로 먹고, 마시고, 입터는 이야기, 그 자체라고나 할까?! 냉정히 말해서 그냥 맛있는 무협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집중하게 되고,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만드는 힘도 가지고 있다. 재미있지만 그 이유를 콕! 찍어 이야기하기 힘들 때가 있는데, 딱 그 경우라고 할까?! 장르적 특성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도 누구나 재미있고 또 맛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이야기가 여기서 그냥 끝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이야기를 계속 끌고나가는 것도 꽤 괜찮을 것 같다. 장삼부터 시작해서 주정뱅이와 미인, 두 도사, 죄인, 그리고 진정한 고수의 모습을 드러내는 주방장의 사연까지. 모두가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있을 것 같고, 또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마다의 이름을 딴 번외편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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