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어그로성을 띈 제목에 끌려 보기 시작했다. 대체 얼마나 진정한 회귀 판타지를 보여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좀 과장이 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이 소설이 내용적으로 좀 미완성의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적당히 뿌려논 떡밥들은 맥거핀에 가까워서, 세계관이나 이야기 등이 제대로 실려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꽤 재미있게 봤는데, 그건 어느정도 추억보정 때문이기도 했다. 이 소설이 예전의 소위 ‘게임 소설’을 진하게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게임소설이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었던 건 아니다. 그랬다면 지금도 인기있었겠지. 그보다는 잠깐의 호기심을 충족하고나면 딱히 더 볼 마음은 들지 않는 책에 가까웠다. 선택지가 이상해서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던데다, 모험도 짧았기 때문이다. 책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묶여있어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보니 분기가 단순해져서 더 그렇다. 그런, 다회차의 가치가 없는 짧고 마뜩잖은 모험에 열광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기본이 똑같기에 이 소설도 그와같은 특징을 물려받았다. 다만, 인터넷 소설이라는 것을 활용해 좀 더 발전 시킨 것도 있는데, 링크를 이용한 바로가기와 운 요소가 그것이다.
처음에는 이게 잘 느껴지지 않는다. 잘못 선택했을 경우 즉시 회귀 루트를 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지의 확률도 거의 ‘이쪽으로 가라’는 걸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진행을 하다보면 계속 가느냐 죽느냐의 단순 선택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이야기가 좀 더 흥미로워진다. 이쯤 이르면 그 후 얼마간은 회귀도 하나의 재미요소가 된다. 그런 점에서 회귀판타지라는 소재와 게임소설이라는 형식을 상당히 잘 접목하지 않았나 싶다.
아쉬운 것은, 게임소설의 근본적인 문제, 볼륨이 적다는 것은 이 소설 역시 똑같이 갖고 있다는 거다. 그러한 형식은 소설을 실제 분량보다 더욱 작아보이게 한다. 설사 다른 경로를 그렸더라도 비슷한 상황에 이르면 같은 지문이 나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온전한 이야기가 아닌 짧은 모험을 일부만 떼어낸 모양새라 더 그렇다.
엔딩을 여러개 두어 다회차의 가치를 높이기도 했지만, 그것도 볼륨이 적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어찌하지는 못한다. 시험적으로 써본 것이라서 그럴까.
아쉽기는 하지만, 스크립트를 사용하지 않고도 이정도까지 보여줬다는 점에 일단은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