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도 사랑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감상

대상작품: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작가: 오메르타, 작품정보)
리뷰어: 브리엔, 21년 8월, 조회 61

커피도 사랑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의 채연은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구 년 넘게 애용한 미용실의 헤어 디자이너와 헤어진다는 말도 없이 이별한 후 마음이 쓰린 상태다. 그와는 한 달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한 사이였을 뿐, 친구도 애인도 뭣도 아니었다. 하지만 긴 세월 동안 자신의 머리카락을 맡기고 가끔은 소소한 일상 이야기도 나누었던 사람의 이름도 모른 채 헤어진다는 건 어쩐지 서글프고 서운한 일이었다. 이런 말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게 된 상대는 가끔 들러 커피를 테이크아웃하곤 했던 ‘스퀘어 커피’의 바리스타 소린. 마감 시간을 늦추면서까지 나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주는 소린에게 고마움을 느낀 걸까. 아니면 작은 호의와 환대조차도 크게 여길 만큼 외로웠던 채연을 소린이 전부터 눈여겨 본 걸까. 소린이 딱 한 잔만 더 하자며 내린 커피는 맛도 온도도 적당했다. 마침 오늘 이별한 채연에게 타이밍 좋게 다가온 소린처럼.

 

본격적인 이야기는 소린이 새로 내린 커피를 마시면서 시작된다. 퇴사 후 범죄소설을 쓰고 있다고 밝힌 채연에게 소린은 지난 이틀 동안 자신이 아는 카페 중 아홉 곳이 도둑을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금이나 값비싼 기계를 도난 당하지는 않았지만 단기간 동안 가까운 곳에 위치한 카페 여러 곳이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점에서 사건성을 느낀 채연은 사건의 동기가 될 만한 것이 무엇인지 따져보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커피의 원산지와 원두 수입 절차, 로스팅 방법의 차이 등 다양한 지식과 정보가 등장한다. 처음에 채연은 소린으로부터 얻은 지식과 정보를 이용해 범인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점점 범인을 찾고 싶은 마음보다 범인으로부터 소린을 지켜주고 싶은 – 그래서 좀 더 오래 소린과 함께 있고 싶은 – 마음이 더 커지는 걸 느낀다.

 

마침내 범인과 범죄의 동기를 알아낸 두 사람은 불과 몇 십분 전까지만 해도 이름조차 모르는 타인이었던 서로의 손을 맞잡는다. 채연이 오늘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면, 채연이 소린이 일하는 카페에 들르지 않았다면, 소린이 채연의 바뀐 헤어스타일을 알아보지 못했다면, 소린이 채연을 위해 새로 커피를 내려주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역시 커피도 사랑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