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생명체와 그들의 뒤통수를 걱정하는 삼천포의 나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어머니들의 아이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보네토, 17년 5월, 조회 99

1. 새로운 생명체에 대한 글은 언제나 나를 옆길로 새게 한다.

처음에 나는 이 글에서 화자 및 화자의 종족에 대한 위화감을 발견하지 못했다. 탐사, 의회, 보도, 대통합 정부 – 별의 이름이 분명 3번째 문단에서부터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르도 SF겠다) 새로운 지구의 콜로니쯤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다 곧 내 스크롤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된 단어가 등장했다. [두 번째 엄지손가락] 아, 외계인이고, 외계 문명이었다. 엄지손가락이 두 개인 외계인이라니! 어떤 모양일까? 엄지손가락 아래에 엄지손가락이 하나 더 붙어있는 형식일까? 짐승의 발처럼, 아예 팔 저쪽 위에 붙어 있을까? 지구인이 등장하기 전까지, 나는 엄지손가락과 나머지 손가락의 개수, 그 형태를 상상하고 있었다.

자- 독자란, 때로 이렇게 사소한 것에 집중하느라 중요한 것들을 놓치곤 한다. 그래서 작가는 영리해야 한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또는 어느 정도 선이라도) 전달하기 위해, 영리하게 독자를 끌어당길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바벨님은 이 이야기가 인공지능으로부터 시작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끊임없이 떠드는 인공지능의 독백을 네 군데에 걸쳐 이탤릭체로 삽입했다. 곳곳에 이탤릭체로 정신 혼미해질 이정표가 박혀 있으니, 끌려 들어올 수밖엔 없다.

 

2.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무사이 인은 인간과 은근히 달랐다. …그리고 나는 단맛에 집착했다.

인공지능 푸네스가 몇 외계인(지구인)을 데리고 무사이에 도착했다. 무사이는 지구와 비슷한 지적생명체 무사이 인을 가지고 있으며, 보다 발달한 문명을 가졌으나, 몇몇 발견은 지구보다 늦다. 난자-난자로 수정란을 만드는 기술이 그렇고, 사탕이 그렇다. 명시되기보단 스쳐지나가는 묘사로 보았을 때,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생명체니 단 것에 대한 열망이 있을 리가 없다. 광합성은 녹말의 어머니이고, 그렇게 태어난 녹말은 동물들의 입 속에서 짧은 소화과정을 거쳐 단 맛이 된다. 어떤 음식들을 먹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식물의 특징을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는 무사이인이 단맛에 대해 알고 있을 리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탕과 단 맛에 열광하는 무사이인을 보았을 때, 나는 또 의아함을 느꼈다. 식물에게 당도가 높은 물을 부어주면 죽는다.)

어쨌든 작가분은 또 이정표로 날 끌고 들어와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것을 멈추게 했다. 영리한 이탤릭체다. 이탤릭체는 한눈에 무슨 내용인지 알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인공지능은 말이 많다! 이 어마어마한 문단의 길이라니. 보면서 해석해야 해! 할 내 (일종의) 강박관념을 아주 잘 자극하고 있으니 정말 영리한 사용밥 아닌가?)

 

3. 어머니들의 아이는 어디에서 어떻게 태어나는가.

무사이인에 대해 말하고 있으니, 제목으로 돌아가볼까. 어머니들의 아이. 무사이인들은 인구정책 중 하나로 [어머니들의 임신법]을 제정했다. 난자들만으로 수정체를 만드는 기술이다. (요사이 이 기술의 연구는 꽤 많이 진행되어, 가능하단 결론을 내리는 단계에까지 와 있다는 뉴스를 읽은 적이 있다. 난자 복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아이를 원한다면야,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부부에겐 최고의 일일지도 모른다. 직접 출산하는 것도 아니니. (여기서 또 잠시 옆길을 걷다 왔다. 씨방일까? 인공자궁일까? 직접 출산하는 게 아니라면, 아버지들의 아이도 가능하지 않을까? 난자+난자 융합 기술이 가능할 정도의 문명이라면, 정자+정자를 융합한 다음 난자 핵을 제거하고 이식하여 발생시키는 것도 가능하지 않나? …그나저나 잠깐. 화분이나 포자가 아니고 정자인가? 그럼 얼마만큼 동물의 형질을 갖고 있는 것인가? 유글레나를 떠올리는 건 실례인가? 등등. SF란 언제나 이런 위험성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짧은 시간 안에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으니, 정말이지 영리한 글이 맞다.)

 

4. 다른 종족들도 다름을 배척한다, 불행하게도

이 글에서 많은 부분이 최초로 태어난 아이 모투나에 대해 언급하고, 그의 장애에 관해 언급한다. 다름은 차별의 근거가 된다. 끊임없는 차별을 당하던 모투나의 삶이 달라진 건, 외계와의 조우 이후였다. 지구인(또는 그 문명)의 등장. 놀랍게도 이미 멸망(!)한 상태의 지구. 콜로니 대신 지구를 개발하려는 움직임. 그리고, 기회를 틈타 어머니들의 아이를 쫓아버리고 싶어하는 기존 탄생자 [아버지의 아이]들. 지능을 갖고 있다는 건 종족을 불문하고라도, 어쨌거나 다름을 배척하는 걸 특징으로 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생물이든 닮은 것에 끌리고, 이질적일수록 반감을 갖게 되는 것이 기본이다 – 불행하게도.

 

5. 집착하는 면은 다르겠지만 한결 같이 기대할 것

각종 다름&차별을 갖고, 그 씨앗을 안고, 지구 1호는 출발한다. 이제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글은 끝난다. 사실 인공지능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으며, 무사이인들의 불화와 기대감을 보며, 인공지능이 뒤통수 칠까봐 조마조마했었단 이야기는 사족 같으니 하지 않으련다. (하는 대신 쓰고 있다. 아, 이 나의 사악함…) 아직까지 내 뒤통수는 무사하다. 이후로도 주욱 무사할지, 무사하지 않을지는 바벨님이 이후 무엇을 쓰는가에 달려 있겠지. 누군가는 이 글을 보며 인공지능에 집착할 것이고, 누군가는 이 글을 보며 퀴어 부부의 인권이나 번식에 대한 권리 등에 집착할 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신경을 무사이인의 생태에 대해 집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발 그들이 뒤통수 맞지 않길 바라며, 나는 지구에서의 모험담이 아름답게 펼쳐지길 (그리고 지구에서 온 임산부들과의 갈등으로 번져나가지 않길, 어머니들의 아이가 지구인들&그 아이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룰지, 아니면 또 다른 차별의 대물림이 될지!) 기대해 보았다.

 

(그리고 오늘도 사고의 흐름에 따라 막말을 지껄인 나에 대해 한탄하며, 작가님께 늦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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