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나쁘지 않다.
뱀파이어라는 극히 판타지스러운 소재를 마치 일종의 과도한 알러지를 앓고있는 특수질환자나 돌연변이처럼 다룸으로써 판타지의 냄새를 많이 지웠는데, 그게 현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물로서는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피 외에는 아무것도 먹을 필요가 없다는 (반대로 보면 피밖에 먹을 수 없다는) 전통적인 뱀파이어상에서 약간 벗어나, 커피를 기호식품으로써 취한다는 점은 한때 인기를 끌었던 모 작품을 진하게 떠올리게 하는데, 커피가 단지 직업적인 돈벌이 수단으로서 뿐 아니라 심신의 안정과 성장, 그리고 다른 사람과 관계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까지 비슷해서 더 그렇다.
그만큼 커피만큼 뱀파이어에게 어울리는 음료가 없다는 생각역시 다시한번 들었는데, 이는 그만큼 비린 쇠맛이 나는 피를 살짝 맛만 보는것도 아니고 꿀꺽 꿀꺽 먹는다는 것이 뱀파이어가 아닌 일반인들에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것을 지울만큼 충분히 씁쓸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음료인 커피가 어울려보이는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작품에서 그런 식의 묘사가 나오는데, 이런점은 주인공이 발현 후 자연스럽게 커피에 몰두하게 되는 것에도 더 당위성을 부여해준다.
이미 본 느낌이 강하긴 하지만 뱀파이어라는 판타지와 커피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나쁘지 않게 이용한 것과 달리, 막상 중요한 로맨스 부분은 좀 빈약하다. 분량도 적고, 그래서 가정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 한마디로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이건 로맨스로서는 좀 큰 단점이다.
두 주요 인물을 모두 여성으로 설정(명확하게 얘기하진 않지만, 이름과 묘사 등을 보면 그렇게 보인다)한 것도 거기에 한 몫 한다. 처음부터 호감을 드러내는 주인공을 제외하고는 성 성향을 제대로 내비치는 않는 반면, 이성애자로 볼 부분은 많아 둘 사이의 로맨스가 그려지지 않는다. 좀 더 그런 성향이 엿보이던가, 차라리 둘 다
흡혈인이라는
단편이라 그런지, 그런 점이 충분히 그려지지 않은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