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볼만한 시간여행물 감상

대상작품: 우리가 미래를 겹친 날 (작가: 소류, 작품정보)
리뷰어: 레즈, 21년 7월, 조회 30

시간여행물처럼 흥미로운 SF 하위장르는 없다. 적어도 내 취향엔 그렇다. 여러 시대를 한번에 담아낼 수 있다는 것, 일종의 나비효과를 이용한 반전 등의 쫄깃함이 꽤 크다는 것, 무엇보다도 이미 흘러가버린 과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아마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시간여행은 때론 복잡하게 꼬여버린 이야기를 한번에 풀 수 있게 해주는 마법같은 장치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그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 소위 패러독스 문제다. 과거란 미래와 연결되어있는 것, 과거를 바꾼다는 건 곧 현재를 바꾼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패러독스를 해결하려는 작품들은 과거를 바꾸기 위한 시간여행이 성공한다면 애초에 시간여행의 목적이 사라지게 되므로 바꿀 수 없다고 아예 벽을 치거나, 바꾼 시점에서부터 분기를 일으켜 새로운 시간대(세계선)가 만들어진다고 하기도 하고, 애당초 미래가 그러한 시간여행으로 인한 변화까지가 모두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등 재미있는 이론들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런 사고실험적인 내용들도 시간여행물을 읽는 한 재미다.

이 단편은 그런 면에서는 좀 느슨한 편이다. 패러독스에 대한 변명을 그렇게 크게 신경쓰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이미 일어난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 영향이 미래에 반영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영화같은 영상물에서나 쓰이는 시각효과를 위한 허용이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설정이다. 굳이 주인공을 끌어들인 이유나 과거의 자신에게 개입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대충 넘어간다.

시간여행 자체는 아쉬운 반면 그게 어떻게 가능했느냐를 다룬것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신을 과학적으로 풀이하려는 부류에 비하면 의지를 갖고있다는 점에서 좀 더 종교적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규칙’이라고도 해석할 여지가 있어서, 물리법칙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어찌보면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도 나름 재미있었던 것은 그런 신에대한 해석 덕분이다. 이게 없었다면 흔한 이야기에 꼼꼼하지 못한 시간여행을 다루는 그저그런 이야기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어디가 백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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