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를 홀리던 괴담의 귀환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마스크를 쓴 여자 (작가: Xx,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21년 7월, 조회 50

‘빨간 마스크’라는 괴담은 십여 년 전 국내에서 활발히 유행했던 도시괴담의 한 종류다. 빨간 마스크를 쓴 여자가 길 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자신이 예쁜지 물은 후에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하면 흉기로 입을 찢어버린다는 다소 잔인한 이야기였다. 이 괴담은 1970년대 일본의 한 지역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로 넘어와 큰 인기를 얻으며 총천연색 마스크를 쓴 여성의 괴담을 생산해 낸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일명 ‘빨간 마스크’ 기담은 ‘질문’과 ‘답변’의 과정을 통해 공포를 자아낸다. 질문자는 보통 정답이 되는, 또는 듣기 원하는 답을 정해놓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답변자는 상대로부터 의문형의 문장을 듣는 순간 맞는 답을 해야만 한다는 긴장감을 얻는다. 교육을 통해, 또는 사회적 관계맺음을 통해 우리는 모두 이 긴장감을 ‘학습’한다. 길을 묻는 이들에게 정확한 경로를 가르쳐줄 의무, 모르는 문제를 묻는 친구에게 정답을 가르쳐줄 의무는 누구나 살면서 마주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길을 물어보는 사람에게 ‘죄송하지만 그곳이 어딘지 모르겠어요’ 또는 ‘저도 오늘 이 지역이 처음이라’라고 얼버무려야 하는 상황도 있다. 이처럼 사람은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 때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지만 답변을 찾지 못할 때는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 미안합니다, 또는 죄송합니다, 라고 덧붙여야 하는 순간을 떠올려보자.

빨간 마스크 괴담은 이러한 ‘답변할 수 없음’의 긴장감을 잘 활용한 괴담이다. 대부분 괴담의 구전에서 빨간 마스크를 쓴 여성은 ‘내가 예쁘니’라는 질문을 한다. 자신의 외모를 타인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하는 사람 치고 이 여성에게는 독특한 특징이 하나 있다.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빨간 마스크의 특징은 강렬한 첫인상을 주는 것 외에도 (종종 간과되곤 하는) 다른 중요한 기능을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마스크가 장기적으로 일상화된 지금, 우리가 안면인식의 불편함을 호소한다는 것을 떠올려 보자. 이런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빨간 마스크의 질문을 받는 사람들은 의문을 느꼈을 것이다. 그들은 이 여성의 눈 아래쪽 얼굴을 인식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의 외모와 전체적인 생김새를 알 수 없다. 얼굴이 주관적인 미적 감각으로 어떠하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외적 특징이 보여야 한다.

그러므로 빨간 마스크는 ‘답할 수 없는 질문’을 하는 질문자의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괴담에서 이 지점이 강조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망설이지 않고 ‘예쁘다’ 또는 ‘못생겼다’라는 답을 한다) 괴담 안에서 여성의 ‘마스크’가 중요한 가림막 역할을 한다는 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이처럼 ‘빨간 마스크’는 답할 수 없는 질문을 사이에 둔 질문자와 답변자를 중심으로 구도를 잡은 괴담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만에 이 괴담을 회상하는 것 치고는 꽤나 자세하고 분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건 아마도 ‘빨간 마스크’가 상당히 대중적이었으며 분명한 공포를 전달하는 이야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추억으로 남은 이 이야기를 다시 쓴 작가가 있다. 변화된 것은 두 가지. 마스크의 크기와 질문의 내용이다.

 

 

불분명하게, 조금 더 으스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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