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기대해봄직한 가장 처참한 해피엔딩?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미식가들이 레스토랑에 찾아온 날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21년 7월, 조회 151

우리는 대부분(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도 계시겠지요) 우리보다 발전된 문명과 기술을 갖춘 외계인의 방문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우리보다 모든 면에서 월등히 앞선 존재들이 보는 우리는 무엇으로 보일까 생각해보면 살짝 겁이 나기도 합니다.

‘미식가들이 레스토랑에 찾아온 날’은 작가님의 재미있는 상상력이 빛나는 작품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외계문명이 사람으로 미어터지는 지구의 식량난을 한번에 해결해버린다는 꿈 같은 미래를 그리고 있는데, 그 방법조차 너무나 비폭력적이고 평화롭기 때문에 그야말로 완벽한 세상이 되어버립니다. 주인공인 ‘셰프’는 먹는 것이 너무 풍요로워진 세상의 레스토랑 주인입니다. 외계인의 기술까지 전수받아 태양계로 삶의 터전을 넓힌 지구인들은 먹을 것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셰프의 레스토랑엔 두 세명의 단골만 남았는데 그 중 한 명이 외계인 ‘클룩’입니다.

이 작품에서의 외계인들은 우리가 흔히 접해오던 그들과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인정사정없는 정복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ET처럼 전 우주를 끌어안는 평화주의자도 아닙니다. 지구인 정도는 마트의 포장육 쯤으로 보일 정도의 강력한 포식자이면서도 자신들의 행위를 반성하고 통제할 수 있는 고도의 윤리 의식을 가진 존재인데, 보통 그 두 가지가 공존하는 외계인을 보기는 힘들었죠.(스타크래프트의 프로토스 정도가 비슷할 지 모르겠습니다)

셰프는 클룩의 조심스러운 부탁에 하지 않으려 했던 금기를 넘고 맙니다. 바로 자신을 요리하는 일이죠. 이건 폭력없이 지배당한 인간이 마지막으로 지켜낸 보루와도 같은 선이 아닐까 싶은데, 이걸 넘어서게 만든 것이 어떤 계략이나 폭력적인 방법이 아니라 단골 손님의 부탁이었다는 점이 또한 재미있었습니다.

결국 선을 넘은(?) 셰프의 살신성인 레시피는 전 우주의 히트메뉴가 되고 셰프는 전 우주의 유명인이 됩니다.

결론적으로는 최고의 미식가이며 최강의 포식자인 외계인은 최고 진미인(…) 인간 요리를 맘껏 먹을 수 있게 된 것이죠. 물론 어떤 지구인도 희생당하지 않고 말입니다.

이 작품은 맘 편하게 피식 피식 웃으며 읽다가 다 읽고 나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정말 이런 미래가 온다면 우리는 행복한 건가요? 아니면 다른 의미로 외계인에게 종속된 걸까요? 그 상황을 뭐라 불러야 할 지 아직도 혼란스럽습니다. 작가님은 후반부에 제가 생각해봄직한 다른 결말을 슬쩍 보여주시면서 불쌍한 제 머릿속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셨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 번 질문을 드려보고 싶은 기분이네요.

만약 외계인이 내일 지구를 방문한다면, 그것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기술력이 우리보다 뛰어나다는 건 입증이 되는 거겠죠. 그들이 우주를 건너 방문한 푸른 별에서 보게 될 묘한 생명체들을, 그들은 어떤 눈으로 보게 될까요?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요?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다른 별에서 생명체를 발견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하게 될까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새롭게 생긴 질문이 서른 개는 되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작품을 읽은 대가라고 생각하고 조금 더 고민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브릿G의 독자 여러분들께도 재미있고 묘한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을 추천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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