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활하면서 다양한 제품을 필요로 한다. 생필품이든, 취미생활에 필요한 물건이든, 사치품이든, 음식이든. 살면서 물건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전혀 없을 것이다. 당장 걸치고 있는 옷만 해도 물건인데 뭐.
그런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상점을 이용한다. 주로 취급하는 품목에 따라 식료품점, 옷가게, 약국, 신발 가게, 문구점 등으로 나뉘고, 우리는 용도에 맞게 가게를 골라 방문한다.
무인영품점은 영혼 제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다. 처음엔 영혼 제품이라는 말을 보고 영혼 제품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영혼들이 사용하는 제품인지, 아니면 영혼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인지, 그것도 아니면 영혼으로 만든 제품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래서 얼른 다음화로 넘어가봤다. 영혼, 즉 귀신을 상대로 물건을 판매하는 가게가 바로 무인영품점이었다. 영혼을 보게 해주는 향수인 향원익청이라든지 파르스름한 불빛으로 분위기를 으스스하게 만들어주는 도깨비불 라이트라든지 다양한 제품이 있었는데, 향원익청 설명을 보고 순간 혹했다. 누가 뿌리든 뿌리기만 하면 영혼을 볼 수 있게 해주는 향수라니, 꽤나 매력적인 제품 아닌가? 영혼들의 모습이 어떨지 모르니 뿌리지 않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뒤늦게나마 들지 않았더라면 작가님에게 댓글로 어디 가면 무인영품점에 방문할 수 있는지 물어볼 뻔 했다. 엄청 탐나는 제품이 많을 것 같았단 말이야.
무인영품점에 들어간 해온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나와 주은도 자기와 같은 가짜 퇴마사라 생각하고 영업방해나 하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고 사라진다. 그 과정에서 해온이 보여준 무속신앙에 관한 불신이 인상깊었다.
“난 이따위 허튼소리들을 보고 있으면 구역질이 나. 있지도 않은 허튼소리로 순진한 사람들 고혈이나 빼먹는 족속들. 병원 가면, 법원 가면, 상담 가면 잘 살았을 사람들 신세 망쳐놓고도 아무 가책도 못 느끼는 인간 말종들.”
무엇이 해온의 불신과 혐오를 그렇게 키웠을까. 자신이 믿지 않는 업계에 종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해온의 사연이 무척이나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증오를 잊지 않기 위해 늘 염주나 십자가를 지니고 다니면서 꺼내볼 때의 해온의 심정은 어땠을까.
해온은 자기가 혐오하는 업계에서 일하지만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직업관이라 해도 좋겠다.
“나야말로 사기꾼 아니냐고? 그래 맞아. 거짓말이나 살살 하면서 있지도 않은 귀신 퇴치해준다고 돈 받아. 근데 그거 알아? 나한테 의뢰했던 사람들 다시 찾아온 적 한 번도 없어. 악질 선무당이나 사이비 목사한테 갔으면 기둥뿌리 다 뽑아 바치고 더 재수 없었으면 목숨으로 값 치렀을 사람들 내가 20만원 30만원 받고 살린다고.”
궤변이라면 궤변이라 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해온이 사기를 쳐서 돈을 뜯어내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까. 그래도 자기 나름대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은 그어놓고, 그 범위 안에서만 행동하는 해온을 마냥 비난할 생각은 없다. 법의 테두리를 아슬아슬 넘나들기는 하지만 의도가 선하고, 사람들 마음이 편하도록 상담과 해결방법을 제시해주는 상담사라 생각하면 딱히 문제될 것은 없잖아? 궁색한 변명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해온은 현지에게서 의뢰받은 사건을 해결하려다 사기행각이 들통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어떻게 곤경에서 빠져나올지 너무 궁금했는데 다음회가 없어 궁금증만 한가득 안은 채로 읽기를 멈춰야 했다. 아무래도 주은이 해온을 도와준 거 같기는 한데 혹시 또 모르는 일이니까.
귀신을 믿지 않는 퇴마사 해온이 자신이 만난 주은이 진짜 귀신이라는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무척 기대된다. 그리고 해온이 갖고 있는 증오는 어디서 기원한 것인지도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왜 퇴마사의 길로 들어섰는지도 알고 싶어 죽겠다. 무인영품점의 점장인 하나는 해온을 도와주고 싶어하던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해온과 주은, 하나가 미래에 어떤 그림을 서로 그려나갈지 무척이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