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쓰신 그린레보 작가님은 자신만의 색깔이 확실한 글을 쓰시는 분인데 친구로 만나면 차가운 말을 툭툭 던지면서 뒤로는 알게 모르게 나를 잘 챙겨줄 것 같은?(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런 재미있는 글을 쓰시는 분입니다.
이 작품 ‘저주의 몫’은 그런 작가님의 장점이 매우 잘 드러난 매우 재미있는 단편 소설입니다.
중편이라 보기도 힘든 분량의 단편 소설에서 이렇게 독자 눈을 잡아 끌기가 쉽지 않은데, 잠깐 한 눈을 팔 새도 없이 새로운 이야기 거리와 인물간의 관계가 생겨나면서 정말 한 번 눈길을 담으면 여백이 나올 때까지 봐야만 하는 저주에 빠진 것 같네요.
일단 제목에도 저주가 들어가 있는데, 이 작품의 핵심이 바로 저주입니다.
국어사전에 보니 [남에게 재앙이나 불행이 일어나도록 빌고 바람. 또는 그렇게 하여서 일어난 재앙이나 불행](네이버 국어사전)이라고 씌어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전적 의미가 이 이야기의 주제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최근의 저주 관련 작품들을 보면 대체로 저주의 형식이나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도 중반부까지는 저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과 그 저주의 실체를 추적하는 이야기가 될 것처럼 진행이 되다가 결말에서 다시 한번 급격한 방향 전환을 겪게 됩니다. 핸들을 자주 틀어서 멀미가 날 지경이지만 그야말로 행복한 어지러움입니다.
실제로 세상을 살면서 누군가를 저주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대단한 일도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나랑 비슷한 위치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나보다 한 참 위에 있을 때라던지 별 상관 없는 사람이지만 갑자기 신분 상승 급 벼락 행운을 얻었을 때, 그들을 그저 축하해주거나 그랬나보다 하고 넘어갈 만한 여유는 제 인격에는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연민에 가까운 감정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요,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죠. 그래도 그런 배아픔은 사촌 선에서 끝내라고 조상님들도 권하셨는데,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그런 감정이 앞선다면, 그래서 그 감정이 결국 그 사람에게 닿고 나를 갉아먹는 지경에까지 다다른다면 결국 이 작품에서와 같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부분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저주를 한다는 건 별 게 아니지만 그 여파만큼은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됩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저도 경험이 있는데, 그 대상이 잘 되면 그 앙심이 점점 커져서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안 되면 끝도 없이 밀려드는 죄책감에 자기 파괴의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모든 일이 실제 저주의 대상은 이 상황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벌어집니다. 그래서 더 최악이고, 상대보다는 나를 파멸로 이끄는 것이 저주라고 생각되네요.
쓸데없는 이야기로 지면을 할애했군요. 어쨌든 저주는 위험하다는 겁니다. 흠흠…
작품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상하게 꼬인 4인이 몇 년만에 다시 만나 그 중 한 명의 괴이한 경험담을 공유하면서 벌어지는 이 글은 이야기의 뛰어난 구성이나 감칠맛나는 문장의 디테일, 그리고 독자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노력하시는 작가님의 친절함이 삼위일체를 이루면서 결말까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매우 재미있는 단편 미스테리입니다.
여름이 되니 작가님들이 어디선가 영감을 받고 계시는 건지 독자의 입장에서 행복한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는 멋진 작품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은 미스테리 장르지만 웹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분이라면 누구든 만족감에 무릎을 탁 치실 만한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저주는 지푸라기 인형이나 때리고, 닭 피를 뿌려대는 그런 게 아니죠. 누군가가 불행하기를 바라는 마음, 실패하고 무너졌으면 하는 억눌린 바램들이 모이고 뭉쳐서 어떻게 형상화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예전의 저를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까지 가질 수 있었으니 독서로 얻은 일석이조라 하겠습니다.
요즘 추천할 만한 작품이 너무 많지만 그 중에서 이 작품을 앞에 두고 싶네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