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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작품: 같이 화성으로 갈까요? (작가: 린더, 작품정보)
리뷰어: 새벽마라, 21년 7월, 조회 68

이 글은 같은 창작자의 개인적인 감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공자도 아니고, 전문가는 더더욱 아니며, 같은 창작의 길을 걷는 학생의 입장에서 이 조언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적습니다. 부디 더 나은 창작 활동을 위해서만 참고하시고 불편한 표현에 대해서는 아량으로 눈감아주시기 바랍니다.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결국 지구인 지수가 화성인 유진을 따라 화성으로 향하는 내용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겁니다. 제목 그대로 <같이 화성으로 갈까요?>라는 말을 주인공이 또 다른 주인공에게 건네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죠. 고향을 떠나 먼 도시로, 혹은 꿈의 낙원으로 향하는 이야기는 아주 오래 되고도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고전적으로 해석한다면 지구는 경쟁적인 발전으로 곪아버린 현대를 상징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개인을 도구화하는 사회적 폭력에 지친 주인공이, 자연이 살아있고 보다 풍요로운 세상을 선망하여 그리로 넘어가는 이야기가 되겠죠. 그리고 본래의 세상에 이미 적응해 살아가던 주인공에게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도 분명합니다.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소통할 생각 없는 어머니는 분명 표면상으로만 존재하던 화목에 염증을 내기 충분한 이유니까요.

하지만 두 가지, 이 소설에 대해서 아쉬운 점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언급할 요소는 빌드업이 부족하다, 입니다. 진주가 되기 전에 조개의 입을 열어버렸다고 해야 할까요.

지수는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인 수학에서 유진이라는 존재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서관으로 향하여 철학책을 펼칩니다. 아주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해요. 기존 주인공의 세계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와, 그를 이해하려는 노력. 지수가 수학을 좋아하는 설정이고 문제 해결 방법으로 정 반대편에 있는 인문학을 고른 것도 잘 맞아떨어집니다.

그런데 거기서 끝납니다.
네. 잘려나간 것처럼. 지수의 내적 갈등이 묘사되지 않습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의 변화를 묘사하는 소설입니다. 제목에서 적어놓으셨듯, 화성에 가자는 유진의 말에 지수의 대답이 중요해지는 소설입니다. ‘좋다, 화성에 가자’라고 대답한다면 왜 지구를 버리고 화성에 가야만 하겠다는 심리가 묘사되어야 할 것이고, ‘싫다, 지구에 남겠다’라고 한다면 왜 화성에는 못 가겠는지에 대한 심리가 자세히 묘사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책은 괜찮은 조언자였습니다. 지수가 외면하던 잠재적 불만을 터트리기에 적절했다고도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부모님과의 불화도 고전적인 방아쇠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지수가 ‘이건 아닌 것 같다’라고 생각하는 직접적인 묘사가 등장하질 않다 보니, 오히려 철학책이라는 소재로 지수의 고민을 간략화시킨 건 아닌가 싶네요. 때문에 모든 굴레와 억압을 벗어던지고 카타르시스로 젖어들어야 할 마지막 장면이 조금 심심했다고 생각합니다.

빌드업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맥거핀이 너무 많아요.

지구 근본주의자들은 무슨 사상을 지지하는 사람들인가요? 라디오가 왜 그들의 역사를 상징하는 거죠? 그들은 무슨 역사를 품고 있나요? 화성인들은 왜 지구로 돌아왔나요? 지구의 아카데미에서 화성인들은 무슨 실험에 참여하는 건가요?

장편소설에서는 이런 묘사가 자주 등장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건 긴 이야기 속에서 그들이 설명될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단편소설에서 시도하기에는 조금 실험적이었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읽는 동안 몇 번이고 제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작가님의 다른 작품과 연작인지 하는 생각에 살펴보았습니다만, 공개하신 건 이 한 작품 뿐이더군요.

두 번째 어쉬운 점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건 앞선 이유보다는 조금 개인적인 이유입니다. 지수가 왜 연고도 없는 화성 땅으로 향했는지 납득하기가 어려워서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들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결말 이후 지수는 화성에 도착했을 겁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나요? 며칠 정도야 유진의 도움으로 숙식을 제공받을 수도 있겠죠. 그런 생활은 언제까지 이어집니까? 유진의 부모는 자녀의 친구라는 이유로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후견인을 맡아줄 만큼 여유롭습니까?

이는 비단 유진의 관점에서만 바라볼 문제가 아닙니다. 지수는 그런 생활을 감수할 정도로 부모님에게 화가 난 겁니까? 가부장적이고 폭력을 휘두르는 부모는 분명 분노할 문제입니다. 가출 또한 이 분노의 표출에 좋은 방법이고요. 그런데 이 가출이 단순히 인근 공원에서 주말 밤을 새우는 게 아니라 5천만 km 이상 떨어진 장소로 로켓을 타고 날아가는 거라면. 글쎄요. 그럴 용기가 있는 아이라면 화성행 우주선을 타기 전에 아버지의 매를 부러뜨리지 않았을까요?

드린 질문들이 더 나은 창작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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