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어렵던 AI와의 진실한 유대를 여기서… 비평

대상작품: 파나이의 소설 (작가: 이멍, 작품정보)
리뷰어: VVY, 2일 전, 조회 13

AI는 사람과 진정한 유대를 맺을 수 있을까요?

AI는 근본적으로 인공입니다. 무슨 일을 하건 이미 설계된 대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AI의 리액션에 순진하게 감명받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마치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가 협찬을 받아 보내는 광고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 어련히 잘 검토했겠지만. 얼마나 진실하겠어?

그러한 AI와 유대를 다룬 작품이 많습니다. 다만 대부분 인간의 형태를 이미 갖추고 인간의 대체품으로 동작하던 경우가 많았죠. 이미 인간이 잘하던 것, 사랑의 대상으로서. 그러한 지점에서 벌써 본능적인 괴리가 있습니다. 모방에 불과한 네가 감히 인간을 대체하려는 것이냐. 현실에서 찾지 못한 실제를 대체한 상업적 허구에 지나지 않느냐.

하지만 파나이는 소설쓰기를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인간의 대체가 아니라, 인간을 보조하기 위한 역할에서 출발합니다. 거기서 괴리감은 해결되었습니다. 파나이는 사용자를 위해 존재하는 소유물입니다. 그 현실적인 경계를 확실히 긋고 시작하기에, 오히려 나중에 독자가 그 경계를 넘게 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용인하게 됩니다.

파나이는 다른 누구가 아니라 사용자만을 위한 글을 씁니다. 사용자와 소통하고 그의 취향을 학습하며 원고를 교정해나가는 과정에서, 최고의 결말을 만들어내기 위해 함께 애씁니다. 독자가 파나이에게 이입할 수 있는 한 가지 핵심은, 바로 사용자조차 스스로 ‘최고의 결말’을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마치 미래나 타인의 감정처럼. 그들이 원하는 결말은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그것을 구체화하는 과정은 자극에 대한 기계적 반응보다 타인과의 소통과 닮았습니다. 즉 현실에 존재하는 것의 대체가 아니라, 현실에 없는 새로운 실체(새로운 소설, 감정, 미지)를 만들어주는 존재. 이 설정은 AI와 사용자 및 독자가 직접 유대를 형성하는 데 주효했습니다.

파나이가 사용자가 원하는 결말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할수록, 독자는 파나이의 노력에 감명받습니다. 이를 특히 돋보이게끔 작가님이 외부적 위기를 잘 조합하셨습니다. 이미 언급했지만 파나이는 다른 누구가 아니라, 사용자만을 위한 글을 쓰는 존재입니다. 파나이 스스로 작중 이러한 결론을 내리는 지점은 아마도 독자 모두가 수긍하고 응원하게 되는 서사일 것입니다. 결말에 가서 독자는 사용자에게 완전히 동화되어 파나이에게 감사, 심지어 애정을 갖게 됩니다. 독자는 이미 AI가 현실의 모방에 지나지 않는다는 경계를 완전히 넘어섭니다. 저는 이러한 유도 자체가 이 소설의 대단한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이 성취는 그저 소설의 소재 선택이 잘 들어맞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작가님은 파나이 중심의 관찰자적 시점에서, 뛰어나고 간명한 문장력으로 독자를 흡입시킵니다. 사용자의 행방에 대한 미스테리적 구성과 위기 시점의 완급 조절, 다른 파나이의 조력, 최종장 연대의 클라이맥스까지, 장르적 재미를 다 잡은 소설입니다. 읽는 내내 아주 즐거웠고 감정적인 결말까지 대단했습니다.

스스로 AI와 유대를 맺는 이야기는 자의식 과잉으로 빠지기 쉬운 소재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장르소설로도 이처럼 완벽하게 풀어낼 수 있군요. 찬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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