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발전하는 규칙 괴담, 그 기술적 변주 감상

대상작품: 매너 타임 (작가: 이열,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23시간 전, 조회 11

최근 호러 장르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건 규칙 괴담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작가님들이 다양한 스타일의 규칙 괴담을 보여주셨고 최근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쓰여지고 읽혀지고 있습니다.

규칙 괴담은 길지 않은 분량으로도 충분한 재미와 공포를 줄 수 있고, 인물과 이야기를 얼마든지 붙여서 작품을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규칙’이라는 본래의 매력을 살리면서 이런 작업들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 특히 더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 [매너 타임] 또한 규칙 괴담에 잘 짜여진 스토리로 살을 붙인 재미있는 호러 단편입니다. 이 작품에서 규칙이란 주인공 기태가 휴가 차 방문하게 되는 캠핑장의 이용 규칙입니다.

우리가 규칙 괴담에 재미를 느끼는 건 사실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수많은 규칙들 사이에서 성장하고 또한 규칙을 통해 가치를 평가 받기도 합니다. 가장 큰 범위의 규칙이라 할 수 있는 법부터 시작해서 학교와 직장의 여러 가지 지침과 지시들, 그리고 가정에서 지켜지는 예의 범절 같은 것들이 ‘괴담’이라는 수식어만 빼고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요. 모든 규칙에는 지키지 않았을 때의 대가 혹은 벌칙이 존재합니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 범법자가 되고 예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버릇없다는 소리를 듣게 되지요. 하지만 사람이 만든 세상이 완벽할 수 없다 보니 주변에서 사회적 규칙을 마구 어기고도 보란 듯이 잘 사는 사람들을 가끔 보게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대한 반발 심리가 규칙 괴담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규칙은 지켜져야 하는 것’ 이라는 기본적인 명제를 살짝 비트는 것이 매력인 규칙 괴담은 오히려 그것이 잘 지켜지지 않는 모습을 기대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실제로 우리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부분은 그 규칙이라는 것들이 실제로 지켜지기 힘든, 아니 지킬 수 없는 함정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부분은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존재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코스믹 호러의 그것과도 비슷합니다. 이렇게 규칙 괴담은 짧은 분량을 가지고도 독자들에게 다양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장르입니다.

{매너 타임]은 기본적으로 탄탄한 이야기의 뼈대에 뭔가 수상쩍은 규칙이라는 조미료를 아주 알맞게 뿌린 훌륭한 요리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작품은 규칙 괴담이 메인이 아닙니다만, 규칙 괴담의 맛깔나는 요소들만 영리하게 사용한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특히 뛰어난 점은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의 식상함과 규칙 괴담의 짧고 단순한 구조의 단점을 한번에 해결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도 뛰어난 작가 분들이 새로운 스타일의 규칙 괴담을 많이 내주실 것 같아서 너무 기대가 되고 이 작품 [매너 타임]이 그런 흐름의 좋은 예가 될 것 같네요.

호러 물을 좋아하시는 브릿G 독자분들이라면 좋아하실 만한 작품이라 자신있게 추천을 드려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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