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리뷰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판타지를 좋아한다. 동양 판타지이든 서양 판타지이든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추리물, 수사물도 좋아한다. 고로 판타지 추리수사물은 내가 일단 무조건 읽어본다는 이야기.
요괴 전문 야차 흥신소는 제목부터가 내가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요괴가 등장하는 흥신소라니, 참새가 어떻게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쏘냐. 얼른 클릭해서 1화부터 읽어보았고, 연재 화수가 줄어드는 걸 안타까워하면서 아껴 읽었다.
흥신소에서 일하는 야차인 ‘진’은 협회의 의뢰를 받아 요괴가 얽힌 사건이나 요괴들이 치고다니는 각종 사고들을 해결하는 탐정이다. 팔척귀신을 간신히 제압하며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걸 알린 진은 처음부터 웃음을 주었다. 압도적인 무력으로 현장을 단번에 정리하기는 커녕 여기저기 다쳐가며 간신히 제압하면서 투덜거리는 모습이 야차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인간적인 매력을 더해준다고 하겠다. 특히 조수인 도깨비 ‘몽’이랑 툭탁거리며 만담 아닌 만담을 주거니받거니 하는 냥을 보면 개그도 그런 개그가 없다.
그렇다고 마냥 실없는 성격도 아닌 것이, 진에게도 남들 못지 않은 사연이 있는 탓이다. 꾸준히 몇 달 동안 아들을 만나러 가고, 아들이랑 이야기도 나누지만 막상 헤어지고 나면 자신을 기억못할 아들을 바라보는 진의 속내는 어떨지 차마 짐작하기 힘들다. 영영 헤어질 줄로만 알았던 가족과 이야기나마 나눌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지, 아니면 몇 번을 만나 대화를 나누어도 자기를 잊어버리는 아들을 보며 슬퍼해야만 하는지.
“인간은 숨결을 내뿜는 생명체만 기억해요. 야차님은 숨을 안 쉬잖아요? 그러니 금방 잊는 거죠.”
작중에서 몽이 했던 대사가 진이 아들 은규랑 만나는 장면에서 괜히 떠오르는 것이 아닐 것이다.
결은 다르지만 어쨌든 아들이랑 다시는 같이 살 수 없는 아비의 슬픔은 노엘이나 진이 공유하는 감정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진은 노엘의 아들인 빅터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수사에 나서고, 빅터에 관한 정보를 주겠다며 세이렌 ‘반’이 접근하지만 설상가상으로 그까지 살해당하면서 사건은 점점 더 꼬인다. 반이 남긴 흔적을 따라 추적한 끝에 구울인 ‘요타’와 자신을 불러낸 ‘시가’와 맞닥뜨리게 되지만 아직도 진은 어떻게 일이 흘러가는지 영문을 모른다. 거기다 각 구역의 수장까지 등장해 사건 스케일은 점점 커져만 가고, 이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는데 제격이라 할 수 있겠다. 의뢰받은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섰지만 정보원은 살해당하고, 다른 곳에서 뻗어오는 손길은 음흉하다. 그러니 뒷이야기가 어떻게 궁금하지 않을 수 있겠어?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 지 너무 궁금해서 다음 회차로 넘어가기를 눌렀지만, 안타깝게도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어서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각 구역의 수장들과 음흉한 시가와 요타와 맞닥뜨리게 된 진이 어떻게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사건을 해결하는지 보고 싶었는데… 아쉬움만 남아 괜히 화면을 만지작거려도 없는 회차가 뿅하고 나타날 리는 없는 일이니 마음을 추스리고 다음 편이 연재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털털한 주인공이 등장해 이리저리 구르며 요괴들과 좌충우돌 부딪히는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요괴 전문 야차 흥신소>를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