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삶의 순간마다 함께하는 이야기, 그 유기적인 감동의 깊이에 대하여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당신에게 가고 있어 (예고편) (작가: 김보영, 작품정보)
리뷰어: 장발장, 17년 5월, 조회 135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를 처음 읽었던 건 2년 전쯤, 어느 주말 서울로 나가는 지하철 안에서였다. 인천에서 서울까지 이동하는 데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하기 때문에, 가벼운 분량이니 다 읽겠거니 하고 무심코 집어 들고 나왔더랬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할 즈음 다 읽어버리고는 글썽이는 눈물을 주체 못해 몹시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라는 이야기를 나같은 독자도 읽을 수 있게 된 특별한 계기는 잠시 뒤로 미뤄 두더라도, 이 작품이 주는 최초의 감동을 나는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고, 아마 앞으로도 결코 잊지 못할 것이 틀림없다.

남자는 다른 성계에서 오는 애인과 결혼을 준비하던 중, 나이를 맞추기 위해 ‘기다림의 궤도’라고 불리는 항로를 탄다. 예식장도 잡아 놓고 계약금도 지불하고 약속된 시간에 맞춰 신부를 맞이하러 가는 길이었는데, 예비 신부가 탄 배에 문제가 생기고, 남자가 탄 배의 선장이 실수로 시간선을 잘못 타는 등 자꾸 문제가 생기고 만다. 항해가 길어질수록 지구에서의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만 가고, 이들의 만남은 영원의 시공간 속에서 잔인하게 시험당한다.

헤아릴 수도 장담할 수도 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꿋꿋이 감내하고, 그저 만나기 위해 온갖 사력을 다하는 우주 연인의 이야기가 왜 그리도 슬펐던 걸까. 대가 없는 기다림을 견디는 심정이 왜 그렇게 내 마음에 꾹꾹 들어찼던 건지 아직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그때의 나에게, 그리고 아직까지도 내게 가장 강렬한 이야기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이미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김보영 작가님의 오랜 팬이, 마찬가지로 작가님의 팬이었던 애인에게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청탁해 세상에 나오게 된 소설이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읽었으니 더욱더 놀랐을 밖에. 시공간을 속절없이 떠돌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정이 내게도 더없이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아마도 이런 사연의 특별함도 분명 한몫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이만큼 흘러, ‘성하’라는 이름을 이어받게 된 아이가 태어나 이렇게 속편까지 만나볼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번 예고편만으로도 심장을 마구 요동치게 한 속편 <당신에게 가고 있어>는 반대로 예비 신부였던 여성이 화자로 등장하는 이야기다. 예비 신랑을 만나러 가던 이야기를, 그리고 무수한 기다림의 모습으로 끝내 지하철에서 나를 울렸던 그 분(?)의 이야기를 시간을 돌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간과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 이야기가, 나같이 평범한 독자에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없는 감동을 자꾸 준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빛나는 순간들마다 이런 이야기가 보석처럼 붙박여 존재하는 것이다. 그 순간들은 이야기로 담겨지고, 이야기는 실재하는 삶의 순간들을 배경으로 더없이 유기적인 감동을 만들어낸다. 결코 흔하지 않은 일이고, 더없이 특별해지는 이유다.

낯모르는 이들이지만 이 이야기를 연결해준 부부에게도, 성하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를 그들처럼 또 기다릴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지하철에서는 읽지 않을 작정이다.

*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당신이 이미 이 세상에 없다 해도. 오래전에 어느 별에 정착해 좋은 사람 만나 아들딸 열쯤 낳고, 가족들의 축복 속에 한 생을 마감했다 해도. 혹은 어느 빛의 궤도에 올라, 지구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며 아득한 여행을 하고 있다 해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중에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