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잘 적은 글이다.
웬만한 호러물은 거의 모조리 섭렵한 인간으로 말하건대, 이 작품은 정말 잘 적은 글이다.
도입부가 휘몰아치면 휘몰아 칠 수록 8할이 용두사미다. 이건 불문율이다. 도입부가 독자/시청자로 하여금 기대를 하게끔 만들면 만들수록, 마무리가 중간만 가도 욕을 처듣는다.
이 소설의 몰입감에, 나는 생각했다. 마무리… 제발 평타만 쳐다오.
근데 이게 웬걸. 마무리까지 완벽하다니.
무튼, 작품에 대한 찬양은 이쯤해두고, 이 소설의 설정에 대해 한 마디 하고자 한다.
외계인은 부모 중 하나를 닮는다는 설정.
이 설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작가는 왜 화자를 닮은 도플갱어를 만들었을까. 화자의 배우자도 아닌 자식도 아닌.
이는 아마, 자살이 아닌 타살이 가능하게끔 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한다.
사랑하는 배우자라면, 죽일 수 없다. (남자가 딸을 죽이지 못했듯)
목숨보다 아까운 자식이라면, 절대 죽일 수 없을 것이다.
한데, 저와 닮은 도플갱어라면 죽일 수 있다.
남자가 세 명의 자식을 죽였듯, 여자가 은혜에게 상해를 가할 수 있듯.
반대로 생각해보면 또 …
독자로 하여금 감정적으로 한계치까지 치닫게 하려면
남자가 미래를 죽이고,
여자가 첫째를 닮은 외계인을 죽이는 게 ..
아마도 정신적으로는 충격이 더 컸을 듯 싶다.
요컨대, 이 글은 재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