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인 칭찬과 아쉬운 점 공모(비평)

대상작품: 몽마는 황제를 삼키지 않는다 (작가: 리리브, 작품정보)
리뷰어: 알제, 21년 1월, 조회 62

글 자체를 보자면, 고풍스러운 단어 선택과 어투들이 시대착오적인 느낌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담담하면서도 감정을 잔뜩 적신 화자의 시선과 심리 묘사도 BL을 선호하지 않던 제가 자연스럽게 황제를 흠모하고 있다는 느낌을 만들 정도였으니 전달력에 대해선 굉장히 고평가할 만하다고 봅니다. 중세와 BL의 작품에서의 구현도와 몰입감 자체에 대해서는 분명 제 깜냥으로는 비판할 부분을 찾기 어렵습니다.

아쉬운 점은 소재의 활용에 대해서입니다. 매력적인 소재를 가지고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확실한 능력이 있어 보이시지만, 그 소재를 이야기에 풀어놓는 방식이 다소 아쉽게 느껴집니다.

인물의 배경을 시작부터 늘어놓는 방식은 저에겐 조금 딱딱하게 느껴졌습니다. 많은 소설, 하다못해 교양 서적들도 처음 부분엔 ‘흥미를 느끼게 할 만한 대목’을 통해 독자를 이야기의 중심으로 빨아들이지만, 작가님이 하신 것은 튼튼한 이야기를 위한 뼈대를 만들었다는 기분입니다. 물론, 이렇게 튼튼한 뼈대를 갖고 계시고, 작품의 은연중에 뼈대를 기반으로 성벽을 쌓으셨다면 빠져나가기 힘든 매력의 작품이 되었을 것이나, 작품이 시작하자마자 쌓아올리는 뼈대는 성벽의 기초로 보이긴 커녕 이야기로 들어가고자 하는 독자의 울타리 정도의 방해물로 보일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소재를 다소 도구처럼 사용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제가 눈물을 마시는 새를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들은, 수많은 인물이 나오는 군상극 속에서, 비중을 크게 받지 못한 인물들이 그저 도구처럼 사용되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작가님의 작품은 장편이 아니기에 인물에 생동감을 부여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오히려 주인공과 황제의 뚜렷한 개성과 주교라는 인물의 아둔함을 잘 표현한 것 같아 인물 묘사 자체에는 칭찬을 드리고 싶지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물 외적이지만 주요한 소재의 도구화가 아쉬웠습니다. 예로 커피와 몽마는 이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입니다.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해소, 결말에까지 연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인물에 비해 지나치게 짧게 묘사된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특히 몽마의 경우에는 작품에서 드러나는 피해가 주요 인물인 황제를 제외하고는 머릿수로만 표현되었기 때문에 작품과의 괴리감을 느꼈습니다. 커피의 경우에도 너무 늦게 투입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작품에 사소한 아쉬운 점이 느껴진다는 것은 그만큼 튼실한 기반이 느껴지기에 큰 아쉬움이 없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충분히 맛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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