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나 판타지 장르로 단편 소설을 쓰기에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 장르 자체가, 애초에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자신의 소설 세계관을 이해시키고 스토리를 진행시키기에는, 단편으로서 작품을 쓰기가 곤란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이 소설은, SF, 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은 설정, 그리고 왠지 모르게 친숙한 배경으로 독자들에게 세계관을 가볍게 이해시켜줍니다.
또한 스토리적으로도, 단편으로서 낼 수 있는 효과를 충분히 살렸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추리 부분에 있어서는, 어렵지도, 그렇다고 간단하지도 않은 알리바이와 트릭 등을 빠르게 알려주면서 SF특유의 미래감을 살리면서도 장편소설이 아닌 단편 소설의 빠른 전개 방식을 그대로 담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주목할 부분은, 인조인간, 혹은 인공생명체에 대한 생명윤리에 대한 주인공의 심리 묘사인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SF라는 미래 시대에 걸맞게 인공생명체와 생명윤리에 관한 가치관이 현대와 다르다는 것을 알려둡니다. 레플리카, 우리와 똑같이 닮은 가짜가 있다면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깊게 생각해주는 스토리이죠.
다만, 단편이라고는 해도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세계관 설명에 대한 이해는 됐지만, 그 세계관에 대해서 독자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사건이 진행되서 한 번이 아닌, 두 번은 읽어야 이 소설의 세계관을 제대로 알 수 있죠. SF단편이라는 소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단점이기는 하지만, 그 단점을 어떻게 보완시켜야 할지를 한 번 생각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스토리에 관해서는, 스토리 자체는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추리에 관한 부분이 참신하다거나, 스토리에 반전성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는 스토리이기에, 독자들에게 있어서는 재밌다, 라는 평가는 들을 수 있겠지만, 새롭다거나 이 사람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 까지는 도달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표현에 관해서입니다만, 세계관에 관한 표현, 동작 표현은 훌륭합니다. 그러나 감정표현에 관해서만큼은 예외입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리애 이외의 인물, 대표적으로는 화진에 대한 감정표현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매우 아쉬웠습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은, 모든 등장인물들의 동작을 볼 수 있으면서도, 작가가 느끼는 등장인물에 대한 감정을 독자도 이해할 수 있는 서술방법입니다. 등장인물이 그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확실하게 느낄 수 없다는 점은 감정표현에 대한 부족이라고 생각되며, 가능하다면
“떨리는 손으로” “공포에 몸을 떨면서” “슬픔을 가득 머금은 표정으로” 등등의 표현을 쓰면서 등장인물들이 어떤 감정으로 그 대사를 말하는 지 독자들에게 이해를 시켜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추가적으로, 이것은, 개인적인 생각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진도를 더 나가기로 했다]
에서의 주어가 사라져있다는 점이나,
[플랫폼에서의 지시를 그대로 받아 이행하는~]
이라는 부분에서도 주어가 사라져있기에, 이 표현에 대한 주어가 누구인가 독자들은 가끔 갸우뚱하게 만들며, 몰입을 방해하게 만듭니다. 퇴고를 몇 번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전체적으로는 단편소설로서 합격점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커트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넘긴 느낌입니다.
그래도 세계관의 설명이나 동작 표현들로 보아할 때 뒤이어 나오는 작품들에 대한 성장 가능성을 느낄 수 있으므로, 계속해서 노력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