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낸다는 것 혹은 받아들인다는 것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판타스틱 리조트 작동 매뉴얼 서문 (작가: 사피엔스, 작품정보)
리뷰어: 드비, 20년 12월, 조회 61

무언가를 잃어버리거나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경험해 본 이라면… 굳이 다른 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기는 하다.

 

육체는 죽었고 의식이 깨어 있다면 그는 살아있는 건가 죽은 것인가.

 

죽음 앞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다.

오랜 기간, 깨어날 기미가 없는 소위 식물인간인 사람이 있다면, 그는 살아있는 걸까 죽은 것일까. 그런데 그의 자아를 고스란히 컴퓨터 서버에 담을 수 있다면…?

누군가와의 마지막 인사 한마디가 간절했던 이들이라면… 이별을 선택한다는 것 또는 받아들인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경제적인 부담을 더 견디지 못하고 안락사를 택하는 이들의 피눈물 또한 감히 윤리적 잣대를 들이밀 수 없음 또한 이해할 것이다.

 

삶의 의지, 내지는 사랑하는 이들과 계속 함께이고 싶은 마음

 

그러나 의식을 살림으로서 ‘죽지 않으려는’ 인간의 의지는 이 작품에서도 종국엔 실패하고 만다. 영원이라는 것은 결국 소망일뿐, 다만 추억을 간직한 채 우리 모두는 유한할 수 밖에 없는 생의 시간표를 가진다.

죽음 앞에서도 미소 지을 수 있게 하는 것은 결국 마음, 사랑이다. 낯 간지럽다 할 수 있겠으나- 내 곁에 있던 반려동물이든 사람이든… 가질 수 있는 건 그들과 공유했던 시간과 눈빛… 사랑했던 순간의 기억 정도가 아닐까.

그 외에 무엇 하나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말이다. 그 누구도.

 

 

이 작품은 인류가 ‘판타스틱 리조트’라는 사이버공간 속에 전 인류가 ‘멸망’을 피해 입주한다는 설정을 가진다. 확실히 장르는 SF, 배경설정만 보면 엄청나게 거대한 스케일이지만, 지인들과의 수다가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조금 떨어져서 보면 내용은 이런 것 같다.

 

-영원히 함께할 것만 같았던, 너무나 익숙해져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한다면 그게 어색한 일이 될 것만 같은 사람들이 있다. 주인공은 그들을 하나 하나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남게 된다. 기약 없는, 올 것 같지 않은 작은 희망 하나를 0과 1의 비트일지, 다음 세대에서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양자 데이터 형태일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추억과 함께 동결한 채 모두가 함께 깨어날 날을 소망하며 잠드는 최후의 1인의 기록… 그게 이 작품의 ‘이야기’ 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주의) 짧은 감상 뒤로, 이하는 정말이지, 굳이 안 읽으셔도 무방한 잡담일 수 있다.

 

딴지(이건 정말 개인적인 느낌적인 느낌)

1. 날 왜 낳았어! 라는(2번이나 그런다) 주인공의 말에 뒤통수를 한 대 때려 주고 싶었다. 27살? 스물 일곱 해나 ‘살았으면서’ 지옥같은 삶이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딱 응석이지 않은가? 다른 이들 앞에선 적당히 지적이고 나름 무게감을 가지는 공학도 출신 여성 캐릭터인데 꼭 부모님 앞에서만 이런다. 무섭고 마음이 힘들다는 토로라는 건 이해하지만 열 달을 고생해 생살을 찢으며 낳고 새빠지게 키워온 부모 앞에서 할 소리인가? (문맥을 보면 다소 다른 의도가 있다는 건 알겠지만… ) 내 조카였으면… 크흠..,그래, 난 꼰대다. 너무 몰입했다. 넘어가자ㅋ

 

2. 초중반까지 조금 지루하다. 아, 이게 이런 내용이구나 라고 깨닫고 재미있어지기 까지 인내해야 한다.

 

3. 약간은 글의 짜임새가 느슨하다는 느낌. 끝맺기까지 약간 ‘끝날 듯 계속 연장되는’ 드라마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마지막 맺음은 좋았지만.

 

4. ‘태양도 영원하지는 않다’며 원래라면 100년도 살기 힘든 인간이, 약123억년이라는 태양의 수명을 걱정하며 리조트의 한계를 말하는 건 정말 기우(杞憂)같이 느껴졌다. 유지보수나 물리적인 수명 역시, 결국엔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하기 위한 설정에 지나지 않는 건 아닐까…? 갑자기, 눈치 못 채고 있었는데(구체적인 서술이 없다?) 굉장한 시간이 흐른 건가 싶기도 했다. 혹시 이 모든 게 결말을 위한 비약이었을까?

 

5. 혜성이 충돌할 거라는 걸 알게 된 인류에게는 167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으로는 해결책을 찾지 못해서 지구를 자전하는 거대한 서버 ‘판타스틱 리조트’를 만든다는 설정인데… 독특한 발상이지만 개연성에 있어선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167년이 그렇게 짧은 기간일까? 물론 설명처럼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을 찾거나, 테라포밍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는 말에는 동의. 하지만 동시에 많은 인구를 실어 나를 우주선을 못 만들어서? 라는 말에는 반박이 나온다. 나눠서 조금씩 보내는 방법도 있지 않은가?^^;

 

2020년 5월, 민간 기업 스페이스x 사업의 성공이 이슈가 되었다. NASA와 어느 정도 정부의 지원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두 명의 우주비행사들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한다. (달 착륙은 아직도 논란이 있지만) 우주정거장에서 인류가 반영구적으로 생존 가능함은 이미 증명된 바 있다(러시아 우주인 누구였는지는 기억 안 나는데, 미르 였나, 거기서 326일? 정도 생존 후 귀환. 충분한?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더 오래도 가능하다는 이야기. 아 이건 그 우주비행사가 우주생활에 염증을 느껴 간절히 귀환을 원하지 않았을까 라는 예상도 덧붙여 보겠지만 말이다).

 

문제는 돈이다. 어느 정도의 인원이 어느 정도 공간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0을 세는 게 무의미한 수준의 액수가 들겠지만… 인류의 멸망이라는 명제 앞에 돈이 문제가 될까? 저 건담 세계관의 ‘콜로니’를 건설하지는 못할 지라도 말이다. 대충 현재보다 거의 170년 후의 기술력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현재 기술로, 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회장 같은 세계적인 부호(129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얼마야!?? )가, 가능하지만, 우주에 ‘별장’을 짓지 않는 이유는 자명하다. 현 수준에서, 우주 발사선들의 실패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한다. 정말 미세한 원인 하나 때문에 영점 영영영영… 단위의 오차만 생겨도 폭발과 사망으로 이어진다는 말이다.(우주비행사들은 정말이지 목숨걸고 거기 탑승한다는 말)

지상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있는데 굳이 죽을 수도 있는 낭만을 위해 날고 싶지는 않을 것. 그러나 멸망을 앞두고 있다면, 전 세계의 갑부들 중 우주로 날아가려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인원의 문제는 모건프리먼이 미대통령으로 나오는 영화 ‘딥임팩트’ (그러고 보니 이 영화도 혜성충돌이 소재다. 어쩌면 이 영화에 나오는 해결책들이 우리가 흔히 들어왔던 식상한 것들이긴 하다)에는 후반 컴퓨터로 무작위 추첨으로 살 사람이 정해지는데… 뭐, 전 인류가 그걸 받아들여(당연히 불만과 무장투쟁? 도 있을 수 있지만) 몇 할 단위의 인류는(혹은 부자나 권력자들만) 거대한 규모의 우주정거장에 육신을 가진 채 안착하고

그 외 인원들만 판타스틱 리조트에 들어가는 것이었다면? 그 과정에서 저 우주정거장 역시 혜성의 파편으로 작살난다거나??? ㅋㅋ 어쨌거나 더 오래 생존하는 쪽은 판타스틱 리조트~ 푸헤헷~~~ (누구냐 너!?) (음 그러고 보니 무슨 산맥 지하 벙커에서 생존하려했다는 내용도 있긴 했지만 그건 왠지 딴지에 적합한 ‘고급진’ 방법이 아니었기에 패스ㅋ)

전기한 이야기들은 인간이 최후의 최후까지 육신을 포기하는 걸 미룰거라는 개인의견에 따른 망상? 내지는 잔머리 굴림이었음을 숨길 생각은 없다. ㅋ

 

그 외에도 167년의 시간이라면, 다양한 생존을 위한 시도는 있을 법하지만 역시 생략~ 별의별 가능성과 기술에 대한 가능성들을 고민고민하다가 그냥 한 방에 ‘아, 몰랑~ 하시며 단순화시켰던 건 아니셨을지. (공학도로 알고 있는 작가님의 지식과 탁견을 감안하면 이 부분에 무게가 실린다 ㅋ) 아 짧은 지식으로 너무 많이 말했다. 밑천이 다됐군 음…

 

자, 무책임한 헛소리는 이만 줄이겠다. (사실 반쯤은 재미있자고 한 소리다. …갑자기 뒷꼭지가 서늘….ㅡㅡ;;)


 

담담하게, 따뜻한 느낌으로, SF의 옷을 입고 나의 마지막은 어떨까를 곱씹어 보게 해주는 좋은 작품이었다.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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